알콜중독자 술마셔야 뇌기능 정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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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술꾼들은 많은 술을 마신 다음날 전날밤의 기억을 되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에서 술을 마신후에는 옛날의 기억까지를 살려 얘기를 잘하는 경우를 보는수가 있다.
이는 술의 어떤 작용 때문일까. 알콜섭취에 따른 인체의 반응은 워낙 복잡해 10여년전까지만 해도 학자들은 이에대한 연구를 기피해왔다.
그러다가 분자생물학을 주로 응용해 알콜중독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최근 알콜이 뇌의 신경조직에 미치는 생물학적인 영향을 규명해 냈다.
이러한 규명을 바탕으로 왜 술을 마시면 행동이 달라지고 어떤 사람이 알콜중독자가 되는가 등에 대한 생리학적·유전학적 설명이 어느정도 가능해졌다.
이들이 밝혀낸 사실은 알콜이 뇌의 신경세포에 미치는 영향이다.
인간이 사고하고 기억하며, 또 기억된 것을 찾아서 다시 사용한다는 사실은 이들 신경세포 사이에 서로 분자물질을 주고받으면서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에 의한 것이다.
이것을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신경세포는 액체로 된 지방질의 호수위에 단백질이 빙산처럼 드문드문 떠있는 형태를 갖고있다.
여기에 어떤 정보가 전달돼 오면 세포의 한목 끝에서 신경전달물질이라는 것을 내보내고 이것이 단백질의 빙산을 피하면서 지방질의 호수를 건너 맞은편까지 가서 인접해있는 세포에 다시 정보를 전달하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알콜이 신경조직에 침투하게 되면 지방을 녹이는 성질에 의해 지방의 액체적인 성질이 강해지면서 여기를 떠다니던 단백질의 움직임도 규칙성을 벗어나 신경전달 체계에 혼란이 생긴다.
이 과정이 술을 마시면 제정신을 못차리고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행동이 나오게 되는 단계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술을 자주 마시게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잦은 음주는 신경조직으로 하여금 알콜 침투에 적응하게끔 만들어 주량이 늘어난다. 늘어난 주량으로 자꾸 마시면 알콜에 의해 지방질 액체의 도가 높아지는 것을 막기위해 지방질은 굳어지려는 성질을 갖게된다.
이렇게되면 술을 마시지 않는 평소에는 지방질의 호수가 굳어져 신경전달물질이 이동을 못하게되고 다시 술을 마셔야 지방질이 액체로 변해 전달물질이 움직일수 있게되지만 역시 단백질 빙산의 불규칙성에 의해 완벽한 사고는 불가능하게된다.
알콜중독자는 생물학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기억·감정 및 신체의 모든 기능을 통제하는 뇌세포를 싸고 있는 막의 구조가 다르다. ▲뇌세포는 알콜이 있어야만 활동을 하게 되고 점점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된다. ▲중추신경계통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며 뇌활동의 수축을 가져온다. ▲간·위·심장등 모든 기관에 손상을 입힌다. ▲혈액속의 적혈구가 증가하고 백혈구가 감소하며 질병에 대한 면역성이 감소된다.
유전여부를 가리기 위해 캘리포니니아대 「슈키트」박사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젊은 사람의 집단을 구상해 상당기간동안 폭음을 하게 했는데 이 가운데 반은 알콜중독자가 전혀 없었던 집안의 사람이고 나머지 반은 알콜중독자가 있었던 집안의 젊은이들이다.
이러한 실험결과 두 집단간의 현격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가 알콜중독자인 자식은 알콜에 대한 가장 최초의 반응인 간효소의 아세트알데히드의 혈중농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아졌다. 또 알콜증독자의 자식은 같은 양의 술을 먹어도 덜 흥분하고 덜 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같은 사실로 미루어 특정한 유전인자에 의해 알콜중독증이 유전되는 것은 아니나 여러 유전자인자에 의해 다음 세대에 전달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술의 좋은 점은 어떤 약품보다도 신경안정작용이 우수하다는 점이다. 동물실험결과는 알콜이 인간의 두뇌에 작용해 이제까지 발견되지 않은 화학물질을 분비해 신경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추측을 낳게하고 있다.<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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