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출발이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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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입사 7년차인 회사원 김모(35)씨는 올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지난해 12월 퇴직연금에 처음 가입한 이상 앞으로 경제가 활력을 찾아야 자신이 주식형으로 가입한 퇴직연금의 수익률도 쑥쑥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동안 회사가 퇴직보험에 가입해 매년 연봉의 12분의 1씩을 쌓아뒀으나, 지난해 퇴직연금이 새로 도입되면서 김씨의 퇴직금은 이제 개인 명의의 퇴직연금으로 운용된다.

봉급생활자들의 퇴직금을 개인 명의의 계좌로 돌려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퇴직연금 가입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가입이 발빠르다. 대기업들은 아직 노사 간 내부 의사결정을 위해 뜸을 들이는 모습이다.

◆치열한 유치 경쟁=지난해 말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회사들은 퇴직연금 1호 계약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제도지만 올해 시장 규모가 10조원에 달하고, 10년 뒤인 2015년이면 20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고 보면, 초기 시장 선점이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초기 경쟁에선 삼성생명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기존 퇴직보험시장에서의 두터운 고객 기반을 십분 활용해 14개사와 가입 계약을 했다. 이 중 그라비티.동진위생 등 4개사는 확정기여(DC)형으로, 서울어학원.산굼부리 등 9개사는 확정급여(DB)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기로 했다.

DB형 퇴직연금은 퇴직할 때 근로자가 받을 연금 급여가 미리 확정되는 대신 적립금 운용 결과에 따라 사용자가 부담할 금액은 변동될 수 있는 상품이다. 반면 DC형 퇴직연금은 운용 책임을 근로자 개인이 지는 상품이다. 수익이 많이 나면 퇴직금이 늘어나지만 반대로 투자성과가 나쁘면 원금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적극적인 자산운용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미래에셋생명은 보원경금속.바프렉스.아셈테크 등 3개사와 운용실적에 따라 근로자의 퇴직금이 달라지는 DC형 계약을 했다.

은행권에서는 외환은행이 ㈜화성중기와 DB형으로 계약을 했고, 지방은행 가운데는 대구은행이 ㈜코리아테크노그라스와 역시 DB형 퇴직연금 상품 계약을 했다. 또 농협은 17개 중소업체에서 177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중소기업이 앞장=지난 한 달간의 가입 현황을 보면 중소기업들이 앞장서는 양상이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종업원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물론 퇴직연금의 종류를 선택하기도 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퇴직 시점이 멀지 않은 사람은 주로 금리보장형 상품에, 20~30대 젊은층은 주식형 상품에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별로는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원리금이 안정적인 DB형이 많았다.

생보사에는 DB형과 DC형이 고루 가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생명은 "DC형 상품에도 안정성을 중시하는 고객을 위해 원금보장형과 채권형도 있다"며 "주식비중이 30%에 달하는 주식형은 20~30대 젊은층이 주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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