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학용 대표비서실장 "여러분 오늘부터 졸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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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무성 대표와 새누리당 김학용 대표비서실장. [사진 중앙포토 DB]

▶새누리당 김학용 대표비서실장= (주위를 죽 돌아보며) “여러분 오늘부터 졸지 마세요.”

▶김무성 대표=“그런 말 하면 니가 총 맞는데이.”(순간 회의장이 웃음바다로 변함)

14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실장이 회의 시작과 함께 공개적으로 “오늘부터 (회의에서) 졸지 마세요”라고 말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다.

북한 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공식행사에서 졸았다는 등의 이유로 처형됐다는 국가정보원 보고를 빗댄 농담이었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김 대표도 현 인민무력부장이 ‘고사총’으로 총살됐다는 보고 내용을 빗대어 “그런 말 하면 니가 총 맞는데이. 그런 말 하지 말거라”라고 응수해 다시 한번 큰 웃음이 터졌다.

지난 13일 국가정보원은 현영철이 지난달 24~25일 열린 훈련일꾼대회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연설 도중 눈을 내리깔며 조는 모습이 포착됐고, 이는 숙청의 큰 이유 중 하나가 됐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앞서 북한 최경성 전 특수군단장이 졸았다는 이유로 상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됐고, 김영철 정찰총국장 역시 잠깐의 졸음 때문에 대장에서 상장으로 강등된 적이 있다.

정보당국은 “김정은은 자신이 회의에서 얘기할 때 조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3년에는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건성건성 박수쳤다’는 이유 등으로 처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때 국회의 각종 회의 때 “건성건성 박수 치지 말라”는 패러디가 퍼지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회자된 "졸면 죽는다"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공개 처형된 사유가 미국의 한 세미나에서도 회자됐다. 워싱턴타임스재단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개최한 미ㆍ일 관계 세미나에서 사회를 맡은 알렉산드르 만수로프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오늘 세미나에서 졸거나 하품을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해 참석자들에게 공개 처형을 상기시켰다.

그는 세미나 초반 주제 발표자들을 연단으로 안내하며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처형됐다는 보도를 언급한 뒤 “북한에선 졸면 처형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자 참석자들 사이에 폭소가 터졌다. 러시아 출신으로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만수로프 연구원은 평양 김일성대에서도 공부했던 북한 전문가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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