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사 '한국 신'도 모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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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일본의 적지 않은 신사(神社)들이 고대 한반도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부 신사는 여전히 한반도의 조상신을 모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종원 한국학 중앙연구원 교수 등 한.일 사학자 4명은 지난해 도쿄(東京)와 사이타마(埼玉).가나가와(神奈川)현 등 간토(關東)지방과 교토(京都)의 신사 50여 곳을 방문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이 최근 발간한 '한국 신을 모시는 일본의 신사'란 제목의 연구서에 따르면 고대 한반도 도래인들은 일본 정착 이후 고향에서의 관습대로 제단을 세워 조상신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 이에 따라 한반도 계통의 신사가 일본에 생겨나게 됐다.

서기 927년에 완성된 일본 고대 율령집 '엔키시키'(延喜式.전 50권)의 9~10권인 진묘초(神名帳)에는 당시 2861개의 주요 신사와 제신(祭神)을 기록해 놓았는데 이 중 일부가 한반도에서 도래한 신사로 추정됐다.

◆ 대표 사례=사이타마 현의 '고마(高麗) 신사'는 가장 쉽게 한반도 계통 신사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고대 일본에서 '고구려'를 '고려(高麗)'로 표기하고 '고마'로 읽었기 때문이다. 이 신사가 자리한 사이타마 현의 히다카(日高)시는 서기 716년 고구려계 도래인들이 세운 고마 군이 설치됐던 곳이다.

오사카(大阪)부의 아스카베(飛鳥戶) 신사는 백제계 아스카베 노미야코(飛鳥戶造) 일족의 조상신인 '아스카오가미'(飛鳥大神)를 제사 지내고 있다.

'아스카오가미'는 백제 곤지왕(崑枝王)이다. 시코쿠(四國) 지역 도쿠시마(德鳥)현에는 '신라(新羅) 신사'가 있다. 이 신사는 편액에 신라의 일본식 발음인 '시라기'가 아니라 '신라 신사'로 명기돼 있다. 현지인들은 이를 '신라 진자'로 부르고 있다. 특히 이 신사는 대표적 신라 신이자 '우두천황'(牛頭天皇)으로 알려진 스사나오노미코토(素盞烏尊)라는 신을 모신다.

신종원 교수는 "일본에 산재한 다수의 신사가 고대 한반도에 기원을 두고 있음을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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