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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으로 낫지 않는 과민성 방광, 보톡스 주사로 치료해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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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보형 객원기자

과민성 방광만큼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질환도 없다. 체면 불구하고 화장실로 달려가고,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자괴감으로 외출마저 꺼린다. 치료의 기본은 행동요법과 약물이다. 하지만 부작용과 증상 개선이 만족스럽지 않아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최근 과민성 방광 치료에 보톡스가 도입됐다. 환자 만족도와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됐다는 임상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과민성 방광의 손꼽히는 연구자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채플힐 캠퍼스) 비뇨기과 마이클 케넬리(52) 교수가 우리나라를 찾았다. 미국의 치료 경향을 소개하고, 수술 기법을 국내 의료진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규성(52) 교수가 지난달 24일 그를 만났다.

이규성 교수(이하 이)=과민성 방광은 증상에 기초한 진단명이다. 명백한 병인이 확인되지 않았다. 참지 못할 만큼 소변이 마려운 ‘요절박’이 대표 증상이다. 일부 환자는 수면 중에 나타나며, 화장실에 가는 도중에 소변을 흘린다. 국내 18세 이상 성인남녀의 유병률은 12.5%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환자 수가 늘어 60~70대에선 30%에 이른다.

마이클 케넬리 교수(이하 케넬리)=미국도 마찬가지다. 평균 유병률은 17%다. 30대에선 10%, 60대는 30% 수준이다. 환자 수는 3300만 명으로 추정된다. 환자 대부분이 약제를 복용하는 데 그친다. 더 효과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한국은 진단율 자체가 낮다. 특히 과민성 방광을 노화로 받아들이는 게 문제다. 치료가 안 될 것으로 짐작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치료 여부는 증상을 얼마나 불편하게 느끼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직장인은 과민성 방광을 심각하게 생각하지만 가정주부는 화장실을 더 자주 가면 되는 일로 생각한다.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다.

케넬리=1차 치료는 행동요법이다. 체중감량·물리치료·금연·카페인 섭취 제한 등을 꾸준히 해야 한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 행동치료로 효과가 충분치 않을 때는 약물치료를 병용한다. 약효가 나타나는 데 6~8주가 걸린다. 효과를 보지 못하면 다른 약물로 바꾼다. 하지만 부작용이 생겨 약을 교체한 경우가 아니라면 치료 효과가 크지 않다.

이=환자는 즉각적인 효능을 원한다. 약물을 1~2주 복용한 뒤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치료를 중단하기 일쑤다. 충분한 기간 동안 약을 복용하더라도 약 30%는 증상 개선에 만족하지 못한다. 특히 약물치료의 가장 큰 어려움은 부작용이다. 입 마름, 변비, 시야 흐림, 인지장애 등이 나타난다. 부작용 탓에 꾸준히 약을 먹는 복약 순응도가 낮다.

케넬리=약물치료를 3개월까지 유지하는 환자 비율은 45%다. 1년까지 지속하는 경우는 20%가 채 안 된다. 약물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는 다른 치료법을 모색한다. 보톡스로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이 대표적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민간 보험회사와 정부 보험에서 급여가 가능해져 치료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치료 방식은 간단하다. 내시경을 보면서 방광 안에 보툴리눔 톡신을 20군데 주사한다.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막아 방광 근육의 수축을 억제하는 원리다. 주사 투여 시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하며 입원할 필요가 없다. 필요에 따라 국소마취제를 투여한다. 준비부터 시술까지 30분이 걸린다. 다만 시술 8~10개월 후 재수술이 필요하다. 과민성 방광은 당뇨처럼 완치가 아닌 증상 관리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케넬리=임상 결과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은 약물치료에 실패한 환자의 60~70%에서 효능을 보였다. 특히 하루에 5.5회 소변이 새는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투약했을 때 20~30%는 증세가 완전히 치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는 12주 이후에도 유지됐다. 약물치료로는 이런 드라마틱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이=문제는 환자들이 보툴리눔 톡신을 미용 목적의 치료제로 여긴다는 점이다. 방광에 보톡스를 주사한다고 하면 의아해 한다. 그러나 보툴리눔 톡신은 효과가 우수하고 비침습 치료다. 재시술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1년에 한 번 치료받는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

케넬리=보툴리눔 톡신 외에 수술하는 방법도 있다. 방광으로 가는 신경을 전기로 자극해 치료 효과를 얻는 신경조정술이 그 예다. 신경조정술을 위해서는 전기자극기와 배터리를 몸안에 넣어야 한다.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를 하지 못하고 공항 검색대를 지날 때 금속이 탐지돼 곤란을 겪기도 한다. 한국 여성은 체형이 날씬한 편이라 배터리가 느껴질 수도 있다.

이=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30% 미만이다. 생명과 직결되지 않아 수술도 꺼린다. 반면에 보툴리눔 톡신 치료는 삶의 질 개선에 큰 역할을 한다.

케넬리=지금까지 20년간 약물치료를 하면서 환자에게 편지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보툴리눔 톡신 치료 후에는 수많은 환자가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 기존 치료 방식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해서 치료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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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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