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의 과학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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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과학은 탐구정신으로부터 출발한다. 예사로운 일을 보통 사람들은 그냥 스쳐 지나가지만 이를 예사롭게 보지 않고 탐구하는 것이 과학정신이다. 어른들이 무심코 지나쳐버린 현상에 어린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의아심을 품고 머물렀다면 이들의 탐구정신은 곧 우리의 과학미래를 밝힐 등불 감의 존재들이다.
제30회 전국과학전람회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전남완도군 모도국교 모동분교 과학반 어린이들에게서 우리는 그 빛을 본다.
이들 관찰의 치밀함과 의문을 추적하는 탐구심에 ,놀라움과 칭찬을 아낄 수 없다. 섬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암석의 무늬를 예사롭게 보지 않고 무늬가 생기는 이유와 순서까지 밝혀낸 것은 독창적인 문제설정뿐 아니라 이 문제를 분석하고 근원에 파고드는 과정에서 완벽한 과학성을 보여준다.
남쪽 끝 외딴 섬 마을의 해풍에 까맣게 그을은 어린이들, 그들의 수업환경이 결코 도시의 그들 또래에 비해 나을 이가 없다. 과학기재가 완비됐을 리도 없고 보습비용이 더 많이 지급됐을 까닭도 없다. 조개 껍질이나 만지고 물장난이나 치며 놀 것 같은 가난한 어촌의 남루한 어린이들은 그렇게 생활하면서도 그들 주변 일상의 일을 무심히 넘기지 않고 관찰하고 생각하며 여러가지로 실험까지 했다.
이러한 탐구정신은 우리의 미래를 창조해 나갈 주인공인 청소년들의 귀감이 아닐 수 없다. 현대산업사회는 과학기술의 시대적 산물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도화로 치닫고 있는 국가 간의 치열한 기술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남다른 과학기술상의 독창성이 요구된다.
여기에는 훌륭한 두뇌인력이 필수적이며 우리가 앞으로 기대를 갖는 것은 바로 지금 자라나고 있는 새싹들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에서 이번 모도국교 어린이들 같은 과학정신과 탐구자세는 매우 바람직하고 크게 장려해야할 모범이다.
이들에게 상을 내리고 격려를 하는 것으로 우리의 할 일을 다했다고 만족해해서는 안된다. 이들의 번쩍이는 과학정신이 앞으로도 계속 뻗어나, 보다 차원 높은 연구와 학문으로까지 연결시키려면 정부와 사회의 계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그들은 보다 좋은 시설과 교사가 있는 학교에 진학하여야 할 것이며 나아가 그들의 발전여하에 따라서는 외국 유학까지도 가능하도록 끊임없는 보살핌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그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훌륭한 인력자원의 국가관리라는 차원에서 생각해야할 문제다.
이것은 또 더욱 많은 우수 인재들의 소질을 개발하고 정진을 유도하는 일이기도 하다. 과학두뇌에 대한 장학과 육성은 산업입국 기술입국의 초석을 든든히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새싹들이 과학과 탐구에 대한 희망과 긍지를 키우고 좌절이나 중도포기 없이 미래의 주인공으로 자리를 잡도록 해야한다.
그렇게 하려면 정부의 과학교육정책이 실제적인 예산의 뒷받침으로 보다더 적극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또 민간 기업에서도 이러한 우수한 두뇌의 양성을 위한 장기적 안목의 투자에 보다 과감한 배려가 있어야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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