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전문 경영인|대성산업그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국내 에너지산업의 뿌리로 꼽을 수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대성산업그룹이다.
에너지산업에 국가적인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73년 1차 오일쇼크 이후부터였고 에너지 산업의 주종을 이루는 정유산업은 모두가 국내 재벌기업이 외국의 석유메이커를 끌어들여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대성산업은 해방직후인 지난47년 영세한 연탄제조업으로부터 시작, 오늘날 석유유포업, 도시가스제조판매업, 해외유연탄개발 등에까지 영역을 넓힌 순수한 우리 자본이다.
창업주인 김수근 회장이 지난47년 대구에서 대성산업공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연탄공장의 문을 열었을 때 직원3명이 원시적인 작업으로 하루 연탄 몇개를 찍어내던 대성산업그룹은 현재 그룹전체의 연간 외형 약2천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룹전체의 외형중 연탄판매의 비중은 약 27.8%에 불과하고 석유류 판매가 약30%, 석탄판매가 약30%정도를 차지한다.
또 지난해에는 서울 강서지역의 도시가스공급을 맡고있던 서울시영 도시가스를 인수했고 올초부터는 대구시전역에 도시가스를 댈 수 있는 대인도시가스를 설립, 창업 36년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투자를 일으키고 있다.
근40년간 착실히 영역을 넓혀오면서도 최근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대규모 투자를 하고있는 것처럼 창업주 김수근 회장의 경영스타일은 그가 늘 강조하는 대로 『두 배의 두 배를 준비하고 일을 시작하라』는 식이다.
다분히 보수적일 정도로 신중한 이같은 김회장의 경영방침 덕에 오늘날 대성산업은 연간 외형이 2천억원을 넘었으면서도 그룹전체의 자기자본비율이 31.5%, 모기업인 대성산업의 부채비율이 1백82%일만큼 드물게 탄탄한 기업그룹이 됐다.
경영 인맥을 심는 일에 있어서는 김회장의 스타일은 모든 일을 자신이 직접 다지고 또 다지는 스타일이다.
타고난 건강에다 요즈음도 단 하루도 거르지 않는 1만 걸음 걷기·건포마찰로 건강을 지키고있는 김회장은 올해 6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그룹의 주력으로 키워갈 서울도시가스·대구 도시가스·대성산소(공업용가스생산)의 사장을 맡아 모든 일을 일일이 챙기고있다.
주2회씩 열리는 간부회의에도 빠짐없이 참석, 한번 팔을 걷어붙이고 회의를 주재하기 시작하면 5∼6시간의 마라톤회의가 보통이다.
또한 주요 포스트의 경영진에는 거의가 자신의 「분신」과 다름없는 형제·2세 경영인들을 앉혔다.
대구 창업시절부터 함께 힘을 모았던 김회장의 친제 김의근 사장에게는 현재 대성산업과 창원기화기(자동차부품 등 생산)의 경영을 맡겼고 둘째 동생 김문근 사장에게는 대성탄좌와 대성광업의 경영을 맡겨놓고 있다.
대성산업·탄좌·광업·산소의 부사장을 맡아 가장 폭넓은 경영수련을 쌓고있는 김영대 부사장은 김회장의 맏아들이고 2남 김영민씨는 대성탄좌·산업·대성호주주식회사(유연탄 개발을 위한 현지법인)의 상무를 맡아 역시 2세 수업을 받고있다.
이밖에 김의량 사장의 2세인 김영준 이사, 김문근 사장의 2세인 김영돈 과장 등도 모두 그룹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홍민규 서울도시가스부사장·기옥연 대구도시가스부사장 등 입사 20년이 넘는 대성의 토박이 경영인들도 모두 김회장의 가까운 친척이 된다.
이처럼 형제와 2세간의 돈독한 인화를 바탕으로 철저한 「가부장적」경영을 하고있는 대성산업그룹이니 만큼 창업주의 가족이 아니면서 대성광업사장과 그룹기획통제사장을 겸하고있는 황명주 사장과 서연수 대성산업부사장의 위치는 그만큼 돋보일 수밖에 없다.
황명주사장은 김회장이 창업전 한때 몸담았던 금융조합(현 농협의 전신)시절부터 김회장과 인연을 맺어온 대성의 「창업공신」이다.
타고난 건강과 사업에 대한 정력 못지 않게 아직도 왕성한 독서 등으로 일선경영을 직접 꾸려가고 있는 김회장은 최근 『앞으로 서울도시가스 사장을 한 5년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측근에게 말할 정도로 아직 기업의 대물림에 대해 구체적인 안배를 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성의 2세시대가 와도 인화를 바탕으로 한 가부장적 경영의 전통은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그룹관계자들은 보고있다.
【특별취재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