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관계자 A씨는 1일 "지난해 첫눈 오던 날(서울지역 11월 29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K씨가 찾아와 2005년 논문의 진상을 물어 '논문에 나와 있는 줄기세포의 존재 여부는 알 수 없지만 DNA 지문은 분명히 조작된 것'이라고 상세하게 설명해줬으며 K씨도 이를 납득했다"고 말했다. 이는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논문 조작 사실을 발표한 지난해 12월 23일보다 한 달가량이나 앞선 시점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논문 조작 사실을 인지한 뒤에도 정부의 대응은 안이했다.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 겸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초 "(논문 검증은 사이언스에 맡기고 국내에서는) 검증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말자"고까지 말했다.
◆ "청와대 11월 말께 알았다"=청와대 민정수석실 K씨는 지난해 11월 26일 서울대에 논문의 진위를 처음 문의했다. A씨는 "MBC PD수첩팀이 의뢰했던 줄기세포 5개의 DNA 검증 결과를 말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는 의문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7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에 대해 MBC 'PD수첩'에서 취재한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기자들의 태도가 위압적이고 협박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MBC PD수첩팀의) 처음 취재방향은 연구 자체가 허위라는 것이었다. 황 교수가 매우 힘들어 한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A씨는 11월 29일께 K씨에게 2005년 논문의 DNA 지문이 조작된 것이 확실하다는 과학적 근거를 더 자세하게 설명해줬다고 한다.
청와대 김병준 정책실장도 비슷한 시기에 황 교수 논문의 문제점을 알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인 김형태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28일 'MBC PD수첩의 DNA 검증 결과, 황 교수 논문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김 실장에게 전했다"고 지난해 12월 19일 미디어 오늘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박 보좌관은 1월 9일 줄기세포 곰팡이 오염 사고를 황 교수로부터 듣고도 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또 황 교수 논문 조작 사실은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MBC PD수첩팀의 강압취재만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 과기부의 잘못된 판단=오명 부총리도 황 교수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 부총리는 황 교수 논문 진위 논란이 일고 있던 지난해 12월 8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황 교수를 문병한 뒤 "황 교수가 낸 연구논문은 사이언스지가 많은 학자의 검증을 거쳐 실었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이의가 있는 사람들은 사이언스에 문제를 제기하면 된다"며 "우리 과학기술계를 위해서도 이 문제에 대해 검증 이야기는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대가 황 교수 논문 조작에 대해 1차 발표를 하기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22일 서울대 정운찬 총장에게 "전체적인 진상파악이 가능한 시점에 한꺼번에 발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압력성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안팎에서는 황 교수를 지원하는 세력으로 황 교수와 함께 '황금박쥐' 그룹 멤버로 분류되는 청와대 박 보좌관, 김 실장,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지목하고 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