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기념관 건립사업 국고보조금 취소는 부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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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사단법인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가 "박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위해 당초 약속했던 국고보조금 208억원을 주지 않기로 한 결정을 취소하라"며 행정자치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초 기념사업회 측에서 자체적으로 500억원의 기부금을 모으면 정부가 208억원의 보조금을 주기로 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그러나 기부금이 당초 약속했던 액수에 미달한 '103억원'만 걷혔다는 이유만으로 아예 보조금을 주지 않기로 한 결정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사업 추진이 부진할 경우 보조금 교부 결정 내용을 변경하거나 일부 취소할 수 있는데도 보조금 지급을 전면 취소한 것은 행정에 대한 신뢰를 해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대해 정부가 다시 재정적 지원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 측은 그동안 기념사업회 측의 사업 추진 실적이 너무 저조해 예산 지원을 취소한 것일 뿐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워 재심의를 요청하면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사업은 1997년 12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 후보의 공약으로 추진됐으며, 2002년 1월 착공됐다가 6개월 만에 자금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사업 추진 부진 등의 이유를 들어 국고 보조금을 주기로 한 결정을 취소했다. 이후 기념사업회는 "보조금 지급 거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현 정부의 부정적 평가와 관련이 있다"며 반발해 소송을 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4월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6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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