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학전문기자의우리집주치의] 재테크보다 급한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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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그러나 통계를 보면 사실과 다릅니다. 82세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은 무려 5.9년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평균적으로 88세까지 살 수 있다는 뜻이지요. 사람들의 오해는 자신의 기대수명을 평균수명에서 빼는 것입니다. 예컨대 70세 남성이라면 앞으로 4년 남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평균수명은 태어나자마자 죽은 사람들의 수명까지 모두 감안해 산출된 숫자입니다. 실제 중년 시기를 무난히 넘긴 사람들은 평균수명보다 훨씬 오래 산다는 뜻입니다. 예컨대 현재 70세 남성은 12년, 70세 여성은 15년을 더 삽니다. 결론적으로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여생은 훨씬 길다는 것입니다. 고령화 사회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지요.

'건강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명제입니다. 고령화 사회일수록 건강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막상 건강을 위한 배려엔 대부분 인색합니다. 이유는 건강은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시급한 문제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환자가 아닌 다음에야 대부분 건강은 아쉽지 않습니다. 건강에 대한 투자는 돈이나 교육, 취미나 레저 등과 비교해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태도입니다. 유명한 저술가인 스티븐 코비는 다음과 같이 설파했습니다. "인생에서 성공하려면 지금 당장 시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일에 몰두하라"고 말입니다. 많은 분이 발등에 떨어진 시급한 일에만 관심이 많습니다. 정작 중요한 일엔 소홀한 경향이 있지요. 그러나 성공의 비결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먼저 중요한 일부터 하고 남은 시간에 시급한 일을 처리하는 습관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 당장 시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대표적 대상이 바로 건강입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여러 가지 각오를 다집니다. 여러분은 건강을 위해 어떤 결심을 하셨는지요.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건강설계는 제대로 하고 계신지요. 건강은 비방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건강은 부자나 권력자의 전유물이 되겠지요. 현대 보건학은 건강이 타고난 유전적 체질이나 사회경제적 환경보다 평소 생활습관에 의해 좌우된다는 일치된 결론을 내놓고 있습니다. '담배를 끊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마음 편하게 사는 것' 등입니다. 평범 속에 진리가 있는 법이지요.

작심삼일은 곤란합니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매일 밤 주무시기 전 '나는 오늘 나와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배려를 했는가'란 문구를 되새겨 보십시오. 여러분이 건강에 관심을 가질수록 몸도 건강으로 여러분께 보답할 것입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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