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구닥다리' 사교육 주산·속독…다시 뜨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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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암산으로 빨리 계산해요

서울 마포에 사는 초등학교 1학년 지수 엄마는 지난해 9월부터 동네 주산학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아이가 덧셈을 할 때 손가락을 자꾸 사용하더라고요. 당연히 속도도 느리고 정확성도 떨어졌죠. 주산을 배우고 나니 셈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굉장히 정확해져 만족해요."

지수처럼 주산을 이용한 수학교육에 참여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주산식 암산학원 프랜차이즈 업체인 ㈜휘튼 예스셈이 주최한 '예스셈 올림피아드'암산대회엔 무려 5000명이 참여했다. 개발팀 소희정 차장은 "예전 주산학원은 단순히 문제를 빨리 푸는 기술만을 가르쳤지만 요새는 문제 푸는 방법을 4가지 정도의 패턴으로 제시해 아이들에게 생각하면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주산 교육의 달라진 경향을 설명했다.

그러나 주산식 암산 교육이 다시 등장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서울교대 수학교육과 배종수 교수는 "주산 교육의 유행은 상업성의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학 교육의 목적은 논리성과 창의성인데 주산 교육은 단순히 계산능력만을 길러주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대가 낳은 산물이다"고 덧붙였다.

■ 속독과 음독으로 책 읽어요

서울 잠원동에 사는 4학년 혜정이는 1년 넘게 동네 논리속독학원에 다니고 있다. 혜정이 엄마는 "혜정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에 외국에서 잠시 생활한 적이 있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는 왠지 두꺼운 책에 대한 거부감이 생겨 책을 잘 안 읽더라고요"라며 속독학원에 보내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렇지만 대구교대 국어교육과 이재승 교수는 너무 어린 나이에 속독을 배우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초등학교 아이들은 책을 건성으로 읽는 경향이 강해 속독보다는 정독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청소년이나 성인처럼 책의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되면 속독을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속독에 이어 글을 소리 내어 읽는 음독도 주목받고 있다. 음독은 사실 속독과는 반대의 원리를 적용시킨 독서법이다. 소리 내어 책을 읽으면 눈으로 읽는 것보다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조상들이 천자문을 큰 소리로 읽으며 뜻을 깨친 원리를 적용했다는 '기적의 독서법'이란 책을 최근 펴낸 기적의학습법연구회 박재원 소장은 "요새 아이들은 독서량은 많은데 어휘력은 많이 떨어지는 이유는 책을 반복해서 읽지 않아 새로운 어휘가 머릿속에 남지 않기 때문"이라며 속독의 약점을 꼬집었다. 박 소장은 "소리 내서 글을 읽으면 반복해서 읽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컴퓨터 때문에 글씨를 망쳤어요

PC가 전 국민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손으로 글씨 쓸 일이 없어진 현대인들.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이 없으니 악필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렇지만 연하장을 쓰는 등 손으로 글씨를 쓸 때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컴퓨터가 망쳐버린 손글씨체를 바로 잡아주는 강좌까지 등장했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는 '정자와 예쁜 글씨체 익히기'라는 강좌를 운영 중이다. 현대백화점 천호점 이세영 대리는 "원래 손글씨 강좌는 성인을 대상으로 개설한 것이다. 백화점 매장에 붙이는 안내문 등에 많이 사용하는 예쁜 글씨체를 가르치려 한 것인데 오히려 지금은 어린 아이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글씨 아티스트인 최명범 강사는 "글씨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 강의를 시작하게 됐다. 단순히 펜글씨 교본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한글의 구성 원리를 이용한 방법으로 빠른 시간에 교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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