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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되어 대구에 온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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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배영수 선수. [사진 뉴시스]

프로야구 삼성-한화전이 열린 12일 대구구장. 오렌지 색 유니폼을 입은 배영수(34)는 파란 색 옷을 입은 이승엽(39)과 살갑게 인사를 나눴다. 지난해까지 삼성 유니폼을 입은 동료였지만 둘은 이제 적이다. 배영수가 지난해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한화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배영수에게 삼성은 단순한 소속팀 이상이다. 대구 경북고를 졸업하고 2000년 삼성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해 15년간 뛰었다.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 10이닝 무안타 무실점 투구를 하고 MVP를 받았던 영광의 시기, 팔꿈치 수술을 받고 고통받았던 시간도 모두 삼성에서 보냈다. 그렇게 쌓아올린 승리만 124번. 삼성 팬들은 배영수에게 '푸른 피의 에이스'란 별명까지 지어줬다. 그러나 FA가 된 배영수는 한화 이적을 결심했고, 삼성 팬들도 배영수를 떠나보내야했다.

그런 배영수가 대구에 돌아왔다. 14일 선발 등판이 예정된 그는 12일 대구구장에서 불펜 피칭을 했다. 홈팀이 쓰는 3루 쪽이 아닌 1루 쪽에서였다. 배영수는 "원정팀 불펜에서 가끔씩 던지긴 했는데 벽이 반대쪽에 있으니 약간 어색했다"고 쑥스러워했다.

이어 "신인일 때는 홈이 1루측이었다. 이쪽 라커를 쓰는 건 15년만이다. 그 때 돌아가신 박동희 선배가 이쪽에서 전광판을 가리키면서 '타자들은 모두 국가대표인데 너는 해봤냐'고 물어보셨다. 나도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던 게 생각난다"며 추억에 젖기도 했다. 그는 "15년 동안 늘 가던 길을 걷고, 자주 가던 식당에 가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친정팀을 맞이하는 마음은 덤덤했다. 배영수는 "주변에서는 '재미있겠다'고 하지만 이겨야 재미있지 않겠나. 아직 1승 밖에 올리지 못했는데 삼성 타자들이 너무 강하다"고 했다. 그는 "(최)형우가 요즘 잘 치더라. 부상중이던 (채)태인이는 하필 지금 1군에 올라왔냐"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경북고 5년 선배인 이승엽과의 대결은 기다려지는 듯 했다. 배영수는 "승엽이 형과의 승부는 기대된다. 형이 지바 롯데에 있돈 2005년 코나미컵에서는 내가 삼진 2개를 잡았다"며 웃었다.

팬들의 배영수 사랑은 여전하다. 대구에서 만난 팬들은 배영수에게 따뜻한 격려와 함께 사인을 요청했다. 최근에는 삼성과 한화 유니폼을 반씩 합쳐 놓은 유니폼을 입고 배영수를 응원하는 팬도 있다. 배영수는 "등번호가 37번으로 바뀌었는데 예전 번호(25번)로 사인해달라며 파란색 펜을 주시는 분도 있었다.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줘서 감사하다. 경기 전에 팬들에게 인사는 드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대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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