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내년이냐 연말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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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가을이 다가오면서 정치일정에 대한 설왕설래 부쩍 많아지고 있다.
선거가 내년이다, 연말이다 하는 논의가 이제 민정당에서 조차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고 야당측도 나름대로 감 잡기에 온갖 신경을 쓰고있다.
○…개각·공천· 해금· 선거라는 네가지 큰 정치 행사중 개각에 관 해선 어느 정도 「설」이 정리돼 가는 단계.
지난 6월부터 거의 쉴새없이 떠돌던 개각설은 7월세,8월설을 거쳐 지난 14일 6명의 각료가 포함된 전두환 대통령의 방일 공식수행원명단이 발표되면서 9월 중순설로 정착돼 가는 분위기다. 전대통령이 일본에서 귀국하는 8일 이후부터 정기국회개회 (9월2O일) 이전이 개각적기라는 추측이다.
다만 개각을 제의한 공천·해금·선거시기에 관해 선 윤곽이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다.
선거시기는 지난 8월1일 권익현 민정당대표위원의 광주발언에서 한 발짝 구체화되는 「감」을 주었으나 권대표 스스로 나중에 이 「감」을 부인해 아직껏 요인의 공식발언으로는 시기를 점치기 어렵게 돼있다.
권대표는 광주에서 『총선 시기는 정기국회·혹한기·연말연시·구정등 고려해야할 변수가 많고 현재로는 연내 또는 내년중 어느 쪽도 결정된바 없다』고 했었다.
권대표가 제시한 변수가 연내보다 내년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한데는 『정기국회(9월20일∼12월18일)가 총선 때문에 단축 운영되어서는 안된다』는 이종찬 총무의 발언이 뒷받침되었기 때문.
그러나 얼마 안 있어 권대표가『내가 언제 총선거를 내년에 한다고 말했느냐』고 하고 이총무 역시 『내년 총선 설에 대해 많은 의원들의 반론을 들었으며 연내 총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한다』고 해 결국 총선시기는 양 설이 공존하는 원점으로 돌아가고만 것.
○…민정당내에는 현재 연내총선을 주장하는 사람이 내년 초 실시를 바라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편.
가장 큰 이유는 물심양면으로 시달리는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것. 왕상은 중앙위의장은 연말연시와 구정 (내년2월20일)이 끼면 자금소요가 2∼3배 증가해 과열·타락선거의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고 .우려.
또 정남·김진재의원 같은 이는『시간을 끌면 끌수록 지역구 잡음이 더 나고 조직이 몸살을 앓기 때문에 개인의 출혈뿐 아니라 부력이 낭비된다』고 주장. 연내에 모든 정치일정을 끝내고 85년은 새로운 각오로 임해야 한다는 이유를 대는 사람도 있고 한두달 늦춘다고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지지도에 차이가 있겠느냐는 견해도 차츰 강세.
특히 최근 LA올림픽의 성공적 메달획득, 예상되는 대풍, 전두환 대통령의 방일 등이 잇달아 정내혁씨 사건으로 인해 실추된 당의 이미지를 충분히 만회해 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그러나 여전히 내년에 선거를 하는 것이 순리라고 믿는 사람도 적지 않다. 연내에 총선을 하자면 정기국회의 단축 운영이 불가피하며 그럴 경우 국회운영이 변칙에 흐르기 쉽다 (김정남의원등)는 것이 가장 큰이유. 실제 권대표· 이총무등 당직자들은 이 문제를 심각히 고려하고있다. 이밖에 낙천·낙선한 사람들이 대통령의 연두국정연설 (1월20일께)을 듣는 국회에 참석해야하는 부자연스러움이 있고, 공화당이 신민당에 1·1%진 10대의 12·12선거를 선례로 삼기에는 기분 나쁘다는 견해도 있다.
아뭏든 연내설은 12월초를 의미하고 내년설로는 금전공세가 난무할 구정을 피한 2윌중순설이 많다가 혹한기를 피한다는 권대표의 말이 나온후 부터는3월 설도 많이 나오고 있다. 공천은 최소한 선거 한달전(권대표) 에는 단행되리라는 게 상식이고,3차 해금은 야당사정이 큰 변수가 되리라는 분석.
권대표는 공천에 관해 『지금은 데생을 하는 정도이고 색칠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이틀이면 해치울 수 있다』는 말로 예상후보들에 대한 당의 파악이 상당선에 도달했음을 시사.
야당의원들도 대체로 조기 총선거 쪽을 선호하는 경향이나 유치송 민한·김종철 국민당총재등 수뇌부는 의원임기만료직전 총선거실시를 주장하는 원칙론을 고수.
유총재는 정부·여당의 당리당략차원의 총선거시기결정은 배격돼야하며 해금될 인사들에게도 상대적으로 넉넉한 시간을 주기 위해 전면해금과 선거사이의 간격이 상당히 있어야한다는 입장.
그러나 홍사덕·박완규의원, 해금 입당자인 정재원 전의원등은 정내혁씨 사건으로 한때 주츰해진 정부·여당이지만 LA올림픽, 전두환 대통령의 방일, 대풍 등으로 조성될 분위기와 특히 미 대통령선거전에서 「레이건」 대통령의 재선 가망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난다면 조기 총선실시를 심각히 고려할 것이라고 분석, 야당도 그 대비책을 속히 세워야할 것이라고 당 지도부에 촉구.
의원들은 현실적으로도 연초의 조기 총선 설에 대비해 조직 점검을 위해 많은 자금을 풀어썼는데 총선이 내년으로 넘어가면 성탄절, 신· 구정으로 이어지는 「폭발적」 신규 자금수요를 충당해야 한다는 부담에 일종의 공포증을 느끼고 있고 또 겉으로 말은 않지만 해금될 가상적 경쟁자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덜 주는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서라도 조기총선을 바라는 눈치.
국민당도 총선시기·해금등에 관해서는 민한당과 원칙·명분론을 같이하나 총선대비만은 서둘러 9월 정기국회개회이전까지는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구조직책을 모두 임명할 계획.
시기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재고실탄(자금)문제가 심각해진다며 조기총선을 희망하는 것은 국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전 육·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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