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학생 상대로 성추행성 장난친 초등생, 강제전학 판결은 부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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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강화군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 A(12)군. 지난해 3월부터 남자 친구들의 엉덩이와 성기를 툭툭 건드리기 시작했다. "기분 나쁘다"는 친구들의 항의에도 A군의 행위는 계속됐다.

견디다 못한 친구 한 명이 담임교사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다. 학교 측이 조사한 결과 A군은 유치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남자 친구 7명에게 이런 행위를 했다. A군은 "장난을 친 것"이라고 했지만 하지만 학교측은 "반성하지 않는다"며 징계 최고 수위인 전학을 결정하고 5시간의 심리치료를 받으라고 권했다.

A군의 부모는 "성추행이 아닌 장난을 친 것인데 강제 전학 징계는 과하다"며 학교를 상대로'징계조치 취소 소송을 냈다. 이에 법원은 "A군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되지만 강제 전학 징계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인천지법 행정1부(강석규 부장판사)는 12일 "A군은 장난이라고 주장하지만 A군도 자신의 행위가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정도의 인식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나이로 보인다"며 "피해 학생들의 항의에도 같은 행위를 계속 반복한 것은 장난을 넘어선 학교 폭력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피해 학생들과 A군이 수년간 함께 생활한 친구사이인데다 이 행위로 불쾌감을 넘어선 심각한 정신적인 충격을 입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초등학생인 A군이 이 일로 전학을 갈 경우 전학 사유에 대한 부담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심적 고통을 겪게 될 것이 예상돼 선도 조치의 필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정도가 과중하다"고 판시했다.

서경원 인천지법 공보판사는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는 폭력의 심각·고의성 등은 물론 가해 학생의 선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재판부가 A군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A군의 장래성 등을 고려해 징계가 과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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