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해변공원 아파트 숲에 '포위'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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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부산의 새 명물인 광안대로에서 해안쪽을 바라보면 아름다운 광안리 해수욕장이 한눈에 펼쳐진다. 그러나 민락동 매립지쪽으로 눈을 돌리면 숨이 막힌다.

해안을 따라 건설 중인 초고층 아파트가 '콘크리트 숲'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매립지 뒷산은 초고층 아파트에 가려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민락매립지 일대가 초고층 아파트 난립이 우려되고 있다. 30층짜리 아파트 1천7백여 가구가 완공을 앞두고 있고 수천 가구가 더 들어설 전망이다. 주민과 상인들은 해안경관 훼손 등을 이유로 난개발 저지에 나섰다.

실태=부산시와 수영구청에 따르면 이 일대에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각각 32층과 35층짜리 1천7백여 가구를 짓고 있다. 대우는 오는 7월, 롯데는 내년 2월께 입주 예정이다.

또 옛 경남진흥 자리에는 32층짜리 2백67가구, 진로건설 매립지에는 33층짜리 3백99가구의 아파트 건축심의가 진행되고 있다. 수변공원 물양장 앞에도 서울의 모 건설회사가 40층짜리 1천50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축심의를 신청해 놓고 있다.

1,2차 매립지에 주상복합아파트 등의 건축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 건축중이거나 추진중인 아파트 면적은 2만3천여 평 규모로 전체 매립지(9만2천여 평)의 25%에 아파트가 들어설 전망이다.

난개발 우려=주민들은 매립지에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무계획적으로 들어설 경우 경관훼손.학교부족 등 문제를 초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락동 주민.상인 50여명은 지난 23일 '수변공원개발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난개발 저지에 나섰다.

김응종(62)추진위원장은 "30~40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매립지 동.서편을 가로막아 광안대로 주변의 스카이라인이 훼손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 유일의 인공 해변 휴식공간인 수변공원이 관광자원화 되지 못하고 인근 주민들의 전유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학교 부족도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이 일대에 초등학교는 한곳 뿐으로 앞으로 입주할 아파트 단지의 학생들을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최소한 초등학교 한 곳을 더 신설해야 충분한 교육 환경이 될 수 있다"며 "구청이 학교 문제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현재 건축 심의 중인 아파트 건립을 반대하는 운동을 펴 매립지 일대의 난개발을 막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수변공원 주변으로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조성해야 하는 데 초고층 아파트들이 마구 에워싸 고 있다"며 "이 일대가 '아파트 병풍'으로 삭막하게 되는 것을 막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영구청은 주민들이 반대운동에 나서자 물양장 앞 수변공원에 대해 건축물의 규모.형태.미관 등의 기준을 제시하는 지구단위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관종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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