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경마장 설치 놓고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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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주시에 장외 마권발매소(스크린 경마장) 설치가 추진되는 것과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입주 건물의 임대 가계약까지 맺었으며, 내부 시설공사 등을 거쳐 이르면 올 하반기 중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과 전주시는 사행심 조장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스크린 경마장 설치 계획=마사회는 현재 부산.대구.대전.광주에만 있는 스크린 경마장을 영.호남권에 한 곳씩 더 설치하기로 결정, 호남권에선 전주에 설치를 추진 중이다.

스크린 경마장은 경기도 과천 경마장의 경마를 대형 모니터를 통해 위성 중계하면서 경마장에서와 같이 달리는 말에 돈을 걸고 성적에 따라 이익금을 배당한다. 경마는 토.일요일에 30분 간격으로 하루 12회씩 펼쳐지며, 최대 베팅금액은 10만원이다.

전주 스크린 경마장 후보 건물로 선택된 곳은 전주시청 부근 D빌딩이며, 임대 가계약까지 마쳤다. 마사회 측은 "농림부로부터 설치 장소의 용도 변경과 지역사회의 동의 등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쟁점= 마사회는 "경마는 건전한 레저.여가 문화의 하나로, 주 5일 근무 시대를 맞아 지방 주민들의 참여 기회 확대 차원에서 전주 스크린 경마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경마가 한탕주의를 확산시키고 근로 의욕 감퇴를 가져오며 서민 경제를 파탄시키는 사행성 도박 산업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세 수입도 논쟁 거리다. 경마장은 총 발권액의 10%을 레저세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내게 된다. 전주에 스크린 경마장이 문을 열면 연간 2천억원 안팎의 마권 발권 매출이 예상된다. 따라서 2백억원 가량을 전북도가 레저세를 징수하게 되며, 이 중 절반은 마사회의 주소지인 경기도에 넘겨 줘야 한다. 실제 전북도에 떨어지는 세수는 1백억원 정도이고, 전주시가 받는 징세교부금은 그 3%인 3억원 가량에 불과한 것이다.

마사회는 "레저세를 전액 해당 지자체에 주는 방향으로 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세법이 개정되면 경마인들의 자금이 타지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민단체의 반발=전북시민운동연합은 최근 낸 성명서를 통해 "한탕주의를 확산시키고 도심 교통난을 초래하며 연간 2천억원의 자금을 유출시키는 통로가 될 것이므로 지자체가 나서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라"고 주장했다. 전주경실련도 "경마는 지역공동체 파괴와 가정 불화.파탄, 교육환경 악화, 교통문제 등 여러 문제점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마사회가 여론을 무시하고 스크린 경마장 설치를 강행할 경우 도내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교육계.종교계와 연대해 사업 저지에 나설 방침이다.

전주시도 "심혈을 기울여 쌓아 온 전통 문화도시에 스크린 경마장이 들어서는 것은 이미지상 좋지 않다"며 "지역자금 유출과 교통 혼잡 비용 증가 등으로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혀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장대석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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