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하고 총 든 고객들도 있어요" 자이툰 외환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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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복면을 한 자이툰 장병이 이라크 아르빌에 있는 외환은행 지점에서 송금하고 있다.

누군가가 복면을 뒤집어 쓰고 총을 든 채 은행에 들이닥친다면 어떻게 될까? 손님은 혼비백산하고 은행 직원은 벌벌 떨 것이다. 경찰도 당장 들이닥칠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무서운' 손님을 받아주는 은행이 있다. 자이툰 사단 영내에 있는 외환은행 이라크 아르빌지점이다. 이유는 자이툰 장병들이 하루 종일 총기를 휴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병들은 은행을 출입할 때도 당연한 듯 총을 지닌다. 게다가 수시로 불어오는 모래 바람을 막기 위해 마스크와 복면도 착용해야 한다.

이상식(48) 지점장은 "복면과 무장은 허용하지만 군화 바닥에 묻어오는 흙이 떨어지지 않도록 덧신발은 신어야 한다"고 했다. 또 장병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고,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유일하게 은행 실내에서 흡연도 가능하다.

지난해 10월 개설한 이 은행의 주고객은 부대 장병과 교민, 그리고 부대 업무와 관계된 이라크인이다. 개점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다만 국내 은행이 주5일제지만 이 지점은 고객 편의를 위해 토요일에도 오후 2시까지 문을 연다. 귀국 장병들이 꼭 사진도 찍어 간다고 한다.

주요 업무는 장병들의 송금, 교민에 대한 금융 서비스와 유엔기구 지원, 자이툰 사단과 관련 있는 현지 업체와의 거래, 평화 재건에 필요한 예산 집행 등이다.

지난해 4월 지점 개설과 함께 왔다는 이 지점장은 "복면을 하고 총을 들고 들어가도 언제나 반갑다"며 "업무가 상당히 바쁘지만 보람도 있다"고 말했다.

아르빌=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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