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다시 꿈틀 … 중국·러시아 펀드 두 자릿수 수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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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회사원 황모(34)씨는 올 들어 100만원씩 3차례 중국 펀드에 투자했다. 2009년 15% 손해를 보고 환매한 뒤 다시 중국 펀드에 가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점에서 사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중국 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마다 오래지 않아 회복하는 걸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현재 3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6%. 황씨는 내국인만 투자할 수 있었던 상하이거래소 주식을 외국인에게 개방한 후강퉁이 시행되자 중국 직접 투자도 시작했다.

 올 들어 중국과 러시아를 필두로 신흥국 주식 시장이 상승하면서 신흥국 펀드에도 돈이 다시 모이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중국 펀드와 러시아 펀드는 8일 현재 연초 이후 각각 18.6%, 30.3%의 수익을 냈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와 러시아 주식 지수가 올 들어 각각 14.9%, 34.2% 상승해서다. 수익률이 오르면서 이들 펀드에는 총 2800억원 가량의 자금이 유입됐다.

 신흥국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에 대한 선진국 투자가 급감하면서 선진국 경제가 회복해도 신흥국은 그 수혜를 입지 못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선진국에서도 글로벌 인프라 투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가 늘면 경제 성장률도 개선되고 시장도 오르게 마련이다. 선진국 시장이 꾸준히 오른 게 신흥국엔 오히려 약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시장이 너무 올라 신흥국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신흥국 펀드 중 연초 이후 가장 많은 돈을 끌어모은 게 중국 펀드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우상향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일대일로 정책으로 중국 내 인프라 투자가 늘 전망인데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내·외국인의 주식 투자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강퉁 시행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가 2개월 여만에 기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며 경기 부양 의지를 내보인 것도 시장엔 호재다.

 러시아 시장에 햇볕을 들게 한 건 유가 상승이다. 러시아 증시의 경우 에너지 업종이 전체 시장의 58%를 차지해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 3월 배럴당 43.46달러까지 떨어졌던 서부텍사스유(WTI)는 8일 현재 59.39달러까지 올랐다. 원자재 가격이 저점을 통과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상승하자 브라질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시장은 기본적으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 시장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이 큰 만큼 펀더멘털이 탄탄한 국가를 선별적으로 투자하되 투자 기간을 길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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