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이 국력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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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텃세가 눈꼴사나와 당장선수단을 끌고 철수하고 싶다는 참가국이 하나 둘 아니다.
9일 두번째로 판정에 대한 재심청구를 한 한국복싱도 같은 심정인 것 같다.
10일에는 급기야 올림픽 경기가 한창 진행중인 기간에 국제 아마복싱 연맹집행위원회가 소집되어 주최국 텃세에 대한 성토와 불공정 판정에 대한 강력한 시정이 제의되었다.
아프리카지역 회장인 튀니지의 「삼이치」씨는『지금같은 조건·상황 이라면 아프리카지역국은 올림픽에 참가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유독 복싱뿐만 아니라 심판의 재량권이 승부에 크게 작용하는 투기나 구기등 비기록 경기에서 주최국의 입김이나 텃세는 눈에 두드러진 다는게 많은 참가국들의 똑같은 의견이다.
「알리」나「레너드」같은 불후의 명프로 복서들은 역대 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 들이었다. 그만큼 미국은 복싱에 강한 나라다.
10일 현재 12개체급중 11개체급이 결승, 또는 준결승에 올라있다.
그러나 미국선수와의 대전 결과를놓고 판정 재심청구가 국제아마복싱연맹에 10건이나 들어왔다. 역대 올림픽중 가장 많은 제소기록이다.
주최국으로서의 잇점,특정종목에대한 그나라의 전통이나 스포츠발전에 기여한 공헌도등을참작하는 「관록점수」 라는게 있다.
대등한 경기를 했을때 주최국 선수의 손을 들었다면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도 88올림픽주최국이니 그것 조차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문제는 당연히 이긴 경기가 대국의 우월감에 짓밟히고 있다는 것이다.
선수 개인으로는 4년간 쌓아온 피나는 노력이 링밖의 작용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국가는 참을수 없는 모멸감을 느끼게 된다.
당하는 쪽은 언제나 아시아·아프리카·남미의 개발도상국가 들이고 흑인과, 황색인종들이다.『체력은 국력이다』 면 할 말 없지만 『판정이 국력이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어땐때는 이 사람들이 올림픽으로 떼돈을 벌려는게 아닌가 생각하다 이제는 인종과 국경·종교를 초월한 인류의 제전이란 성스러운 올림픽 기본정신 마저 흐려 놓으려는게 아닌가하는 착각마저 들게한다.
『공이 울리는 순간 너는 5-0으로 지고있는 거야. KO로 이길 생각을 하라고!』아프리카 남동부의「밀라위」의 권투코치는 링에 오르는 자국선수에게 이렇게 이른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더욱 가관인것은 심판이란 사람들이다.
LA올림픽에 참가하는 세계각국의 심판은 28명이다.
컴퓨터가 잘못 되었는지는 몰라도 이 가운데 5명이 열번이상 미국경기의 심판을 보았다.
서독·일본·오스트레일리아·영국의 심판이 불과 1∼2회에 불과한데 비해 파격적이다.
합창하듯 5명이 열 번이상을 모두 미국우세를 준 사람들이다.
우간다·콜롬비아·나이지리아·필리핀· 뉴질랜드….
분명 억울함을 당했던 지역의 그나라 심판들 인데 다른사람 불편을 들었다는 비난을 받고있다. 도시 이해가 안가는 일들이다.
인간기록의 한계를 극복하여 값진 월계관을 쓰려는 젊은이들 뒤에서 이런일이 벌어지고있다는게 한심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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