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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향기] 1년이 365.2425일이라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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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종대왕은 즉위한 지 14년째인 1432년, 그때까지 사용해 온 중국의 모든 천문학 이론을 정리하고 개선하여 우리나라에 맞는 천문.역법을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인 계층의 학문인 산학(算學) 연구에 문과 급제생인 이순지와 정인지를 비롯한 집현전 학자들을 대거 투입했다. 그 후 10년 만인 1442년 마침내 '칠정산 내편(七政算 內篇)'과 '칠정산 외편(七政算 外篇)'을 완성했다.

'내편'은 원나라의 수시력(授時曆)과 명나라의 대통력(大統曆)을 서울의 위도에 맞게 수정, 보완한 것이다. '외편'은 당시로는 최신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아라비아 천문학을 흡수하고 있다. '내편'은 1년을 365.2425일, 1달을 29.530593일로 정하고 있다. 이 수치들은 현재의 값과 유효 숫자 여섯 자리까지 일치하는 정확한 것이다. '내편'이 원주를 365.25도, 1도를 100분, 1분을 100초로 잡고 있는데 비해 '외편'은 원주를 360도, 1도를 60분, 1초를 60초로 한 새로운 방식을 수용하고 있다. 이 방식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그대로다.

1442년에 이 정도의 천문학 계산을 할 수 있던 나라는 세계에서 중국과 아라비아 외에는 조선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즉 당시 우리 민족의 천문학은 세계 최고의 수준에 올라 있었던 것이다.

왜 역법에 '칠정산'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칠정(七政)이란 글자 그대로 '일곱 가지의 정치'가 아니라 해와 달.화성.수성.목성.금성.토성이라는 다섯 행성을 함께 아울러 칭한 것이다. 오늘날의 일곱 요일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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