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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세계은행 총재 졸릭 "미국의 AIIB 설립 반대는 실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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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졸릭. [사진 중앙포토DB]

“미국의 실수다.”

로버트 졸릭(62) 전 세계은행 총재는 “중국 주도로 올 연말 설립 예정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미국이 반대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최근 본지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으로 연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질서’등을 주제로 연설하기 위해서다. 요즘 뜨거운 이슈인 AIIB와 미국 대선 전망을 듣기 위해 그를 만났다.

-미국이 AIIB 설립을 막을 필요가 있었나.

“나라면 중국이 국제 사회에 건설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했을 것이다. 내가 세계은행 총재로 일할 때 중국의 역할을 확대해주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다. 중국이 AIIB 를 제안했을 때 나라면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ADB)과 협력하는 방식을 제안했을 것이다. ”

-미국은 무엇을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요즘 반부패 투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미국은 AIIB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또 AIIB가 공정한 조달 시스템을 갖추고 친환경적인 인프라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

-중국이 외교적으로 미국을 이겼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이 우방 국가들의 AIIB 참여를 막은 것은 전술적으로 옳지 않았다. 대신 (AIIB 지배 구조 등에 대해) 우방국과 미리 의논해 단일안을 만들어 (중국에) 제안하는 게 바람직했다. 미국 정부가 AIIB 설립과 관련한 전 과정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듯하다.”
기본적으로 졸릭은 공화당 사람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그는 국무부 부장관과 세계은행 총재를 지냈다. 2016년 대선 전망을 묻겠다고 하자 그는 싱긋 웃으며 “난 편향된 사람이다”며 말문을 열었다.

-무슨 말인가.

“지금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젭 부시(62)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돕고 있다.”

-미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2016년 대선은 참 독특하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반면 공화당 쪽은 20여명이 난립하고 있다. 아직도 누가 후보가 될지 알 수 없다. 여태껏 공화당에 후보가 난립한 적이 거의 없었다. 유력 후보가 나서면 다른 사람들은 출마를 자제했다. 정작 후보가 난립한 쪽은 민주당이었다.”

-2016년 대선의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

“정말 나도 알고 싶다(웃음). 다만 중요한 변수를 두 가지 이야기 할 수는 있다. 내가 보기엔 소수민족 표가 중요한 변수다. 특히 히스패닉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2012년 대선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히스패닉 유권자 표의 27%만 얻어 낙선했다. 반면 조지 W 부시는 (2004년 대선에서)44%를 얻어 당선됐다.”

-소수민족은 민주당 표가 아닌가.

“그렇지만은 않았다. 젭 부시 전 주지사가 스페인어를 잘 한다. 부인 컬럼바(62)는 멕시코 출신이다. 히스패닉계 표를 얻는 데 아주 좋을 듯하다.”

-또 다른 변수는.

“미 유권자의 최고 관심은 당연히 일자리다. 이슬람국가(IS) 등의 잔인한 행동 때문에 과거 대선에서 6~7위 수준이던 대외정책이 2위로 최근 급부상했다. 공화당 잠룡들은 외교 경험이 거의 없다. 반면 민주당의 힐러리는 국무장관을 지냈다. 다만 힐러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 공과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반도 정책도 대선의 주요 이슈인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북한의 도발 등으로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가 60% 이상으로 나타났다. 한국인과 한국 정부에 긍정적인 요소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로버트 졸릭=독일 동부지역에서 살다 19세기 말 미국으로 이주한 유태계 후손이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에서 일했다. 젭 부시가 내년 대선에서 이기면 국무장관이나 재무장관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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