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꺾었다"…새벽에 터진 환성|여자농구 은메달 확보 하던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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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여자농구가 중공의「벽」을 넘어서던날 전국은 김원기의 레슬링 금메달에 이어 또한차례 환호의 물결에 휩싸였다. 5일낮 김재엽선수의 아까운 은메달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던 시민들은 6일새벽 벌어진 여자농구 준결승에서 우리 큰아기들이 82년 아시안게임이래 단한번도 이기지못한 장신 중공을 투지와 재치로 신들린듯 부수자 밤잠을 잊은채 「만세」 를 터뜨렸다. 한여름밤의 더위도 싹 가시는 후련한 한판승리였다.

<시민표정>
서울 아파트촌에서는 집집마다 TV를켠채 우리선수들이 중공팀의 장신숲을 뚫고 멋진 중거리 슛을 터뜨릴때마다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와 한여름 새벽의 올림픽 열기를 느끼게 했다.
박찬숙선수 팬이라는 택시운전사 박찬충씨 (35·서울이문동130) 는 『이역만리 낯선땅에가서 정신력으로 최소한 은메달을 확보한 「한국의딸」들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며 『평소 상오3시까지 운행했으나 오늘은 이 시합을 보기위해 0시30분쯤 집에 돌아왔다』고 했다.
주부 이연숙씨 (43·서울상도동366) 는 인구 10억의 나라를 우리가 눕혔다는 감격에 울고 말았다』 며 『같은여자로서 이 자랑스러움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출근길의 회사원 김현각씨(29·원명상사·서울미아동226) 는 『구기종목에서의 올림픽 은메달은 너무나 값진것인데다 실력이 윌등히 우세한 중공을 눌렀으니 밤을 샜어도 피로한줄 모르겠다』 며『결승전에서도 쾌조를 계속해 꼭 금메달을 따 달라』고 당부했다.

<팬들 축하전화|박찬숙선수집>
서울 창2동578 여자농구팀 주장 박찬숙선수 집에는 밤새 친지·동료·팬들로부터 축하전화가 걸려와 가족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이날새벽 박선수의 아버지 박응서씨 (56) 어머니 김순봉씨 (51), 오빠 찬문씨 (28), 동생 찬희양(23), 연미양(20)등 온가족은 TV앞에서 경기를 지켜보다 은메달이 확보되자 일제히 환호성을 울렸다.
6일 상오 7시30분쯤에는 박선수로부터 국제전화가 걸려와 가족들은 또 한차례 환호. 언니와 함께 실업팀 농구선수인 동생 찬미양은 언니가 「오늘이 생애의 최고의날」이라며 감격에 겨워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고 전했다.

<마음졸이더니…|조감독부인>
결승진출의 위엄을 이룬 여자농구 사령탑 조승연감독 (서울청담동21의3) 의 부인 민재홍씨(36)는 딸 현아양(12·언북국교6년)과 함께 경남창원시에 사는 언니집에서 승전보를 전해들었다.
조카 돌잔치에 참석하러 내려온 민씨는 『그이가 지난1월 여자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하루도 마음편한 날을 갖지 못했는데 이번 승리로 위안을 받으리라 생각하니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잔치 베풀겠다"|김화순선수 집>
한국여자농구의 골게터김화순양 (22) 의집(서울대치동미도아파트 106동 1l07)에서는 6일상오 은메달 확보소식이 전해지자 아버지 김홍복씨(49·동방생명종로영업소과장), 어머니 황숙향씨 (47), 여동생 화미양 (태광산업배구선수), 남동생 원식군 (16·신일고2년 야구선수) 등 가족들이 환성을 지르며 기쁨을 감추지못했다.
김양 가족들은 TV를 통해 실황중계를 지켜보면서 한국팀이 한골씩을 더해갈때마다 박수를치며 흥분했고 김양의 멋진 중거리슛이 터지자 어머니 황씨는 대견한 딸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64년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동경올림픽에 출전, 예선탈락했던 아버지 김씨는 『내딸이 내가 못이룬 올림픽 메달꿈을 이뤘다』며 『이왕이면 중공팀처럼 미국팀도 꺾어 금메달을 따내라』고 금메달의 승전고를 학수고대했다.
또 어머니 황씨는 『내 생애에 가장 기쁜날』 이라며 『딸이 개선하면 이웃 주민들을 초청해 잔치를 베풀겠다』고 했다.
어머니 황씨는 딸의 승전을 위해 한국대표팀이 출전한 날부터 매일 상오5시30분 윗산 암자에서 불공을 올려왔다.
김양은 1남2녀중 장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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