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자농구의 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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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의 여자농구가 LA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확보했다. 올림픽 지역예선전에서 탈락의 쓴잔을 마셨던 악몽을 설욕이라도 하듯이 계속 선전을 벌여온 우리 여자농구팀은 강적 중공을 꺾어 누르고 당당히 오는 8일 미국 팀과의 최종결전에 나서게 된 것이다. 한국 여성이 같은 동양민족인 중공에 결코 뒤져서는 안되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우선 가상하다. 여기에 우리 팀은 외신의 중공에 위축되지 않고 집요한 공격과 방어전을 편 결과 승리의 환희를 맛보게 됐다. 올림픽에서 지금까지 한국의 구기종목이 메달을 딴 것은 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여자배구가 동메달을 획득한 이래 두 번째의 기록이다.
이번 여자농구의 개가는 여러 가지 시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올림픽을 비롯한 대외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주로 개인 경기에서였다.
이번 LA올림픽에서의 레슬링·유도 등이 그렇고 몬트리올 올림픽 때의 레슬링 등이 그 예이다.
그리고 앞으로 LA에서 메달 유망주로 기대하고 있는 종목들은 양궁·권투 등 모두 개인종목들 뿐이다.
그러나 예상외로 선전분투 해 온 단체구기종목인 여자농구가 마지막 결승에까지 진출하기에 이르렀다.
여자핸드볼도 강적 유고와 금메달 쟁탈전을 벌일 것 같다는 예상이다.
단체경기란 개인의 기량은 물론이요 이 개인기가 전체 팀과의 조화와 협조를 이루는 팀워크를 잘해야 하는 종목이다. 이제까지 우리가 구기종목에서 세계를 제패한 종목은 야구뿐이고 그 밖의 종목은 정상권에 접근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우리여자농구의 결승진출은 각별한 의의를 갖는 것이다.
우리 여자농구가 국제경기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지난 64년께 부터로 볼 수 있다. 처음 출발은 보잘것없는 성격이었으나 65년 서울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 ABC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래 20여 차례의 크고 작은 국제경기에서 10여 차례 우승을 차지한바 있다.
이러한 역대 전적이 보여주는 것은 우리 여자농구선수들의 두뇌가 뛰어난 우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LA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확보하고 결승에 진출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이러한 전통에 바탕을 둔 작전의 치밀성과 사력을 다한 탈투의 결과라는 점이다.
우리 여자농구가 중공과 첫 대전을 벌인 것은 74년 테헤란에서 있었던 제7회 아시안게임에서였다. 그로부터 LA올림픽 이전까지 12번 싸워 7번을 이기고 5번을 졌으니 숙적이면서도 통산으로 우위를 차지해 왔다. 이번에 LA에서 대 중공전을 승리로 이끈 것은 이러한 우위를 다시 확인한 것으로 또한 의의가 있다.
이제 금메달이냐 은메달이냐를 결정하는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우리 여자농구선수들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응원은 열기를 더해갈 것이다. 신장과 체력이 우위에 있는 미국 팀을 제압하기에는 우리가 열세일지 모른다. 그러나 정신력과 기량으로 이를 극복하는 최후의 일전이 되길 바란다. 그것이 승부를 떠나서라도 참된 스포츠맨십의 발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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