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한스런 가난 잘 비유, 결말의 압축도 뛰어나|『원두막』…구성에 재치, 함축미 넘치는 표현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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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달』-<가난 늘 고개드는>일은 뼈에 사무치도록 한되는 일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가난을 철천지원수로 삼았고, 지금도 다름없이 여겨지고 있다.
이 시조 속에 그같은<비알밭>심상이 있고, 거기에 <비껴앉아>서 <젖가슴 반쯤풀고>는 <콩꽃 한창 피운>야릇한 달 모습이 을씨년스레 나타나 있다.
삶이란 결코 다한적인 것이어서, 살아낼수록 쓰겁디 쓰겁고 실금실금실금 나게 마련이어서, 달 모습을 떠올리는 일도 이처럼 미묘하게 자아올린 것이리라.
여기에 이어진 결말은 장으로 엄청난 결말이다.
아무리 어렵게넘긴 일도 도장 하나찍어 놓은 일에 해당하는, 그런 낙관으로 달이 찍혀져 있기 때문이다.
이 축약된 뜻에따라 드넓고 크다고만 여겨지던 <천지간>도<한 장담채화>의 비례로 압축되었다.
뛰어난 생각이다.
『초아흐렛밤』- 여기에 나타난 달 모습은 초아흐렛날 밤에 뜬, 아직은 어리디 어린 달 모습이다. 그것을 <하늘목선>이라 했다. 일종의 은유법이며, 다른 비유들도 적절하고 특이하다.
『낮잠』-행복한 낮잠 이미지. <팔베개 꿈 끼운 날개>며 <둥실 흰구름 뻐꾸기도 숲도 둥실>하다는 처리는 우리말을 보다 운율적인 요소로 다스린, 좋은 보기로 삼을 만하다.
그러나, 이런 일은 언제나 신중하게 해야지 예사로 하다가는 장난질로 흐를 염려스러운 점이 없잖아 있다.
『원두막』-얘기를 재치있게 엮었다.
때문에 3수가 끝까지 읽혀진다.
이같은 재간의 단계를 넘어 함축미 넘치는 표현쪽으로 힘쓴다면 폭넓은 의미의 세계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절차탁마>할일이다.
『산골 여름』-2수연작을 단형시조로 줄였다. 놓아 봐야 별수 없었던 말들, 단지 설명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부분들이 줄어들었음을 납득할수 있을 것이다. <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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