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없는 「신당」…4갈래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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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가가 여름방학에 들어가고 여야의원들이 귀향활동을 통해 총선거에 대비한 표밭 가꾸기에 땀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3차 해금에 대비한 신당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구마다 재야세력들이 조직을 뻗쳐오고 야권인사중에는 이들과 선을 대보려고 뛰거나 이미 신당후보임을 공안하는 인물도 적지않게 나오고 있어 야당의원들은 실체 없는 신당과 싸우는 부담까지 지고 있다.
○…야당측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야권신당의 움직임은 대체로 4갈래-.
이미 당명까지 정해놓고 준비위가 구성된 한건수씨의 신민주당과 방배동계 및 조윤형씨 계의 움직임, 민추협등이다.
한씨의 신민주당은 오는 18일로 창당발기대회일자까지 잡아놓고 있다.
한씨는 8·15의 3차 해금설을 마지막으로 기다려보고는 곧 발기대회를 갖겠다는 것인데 당이 내세울 정부형태는 의원내각제에 대통령책임제를 가미한 이원집정부제로 결정했고 민족정당· 구국정당· 민중정당· 자생정당등 10개항의 「강령10요」 도 마련했다.
최근 도고에서는 방배동계의 모임이 있었다. 이 자리에는 이철승씨가 구신민당의 대표최고위원을 할 시절 최고위원이던 신도환· 이충환· 김재광씨등과 김수한씨가 모였는데 스스로 『야당의 정통적인 맥을 잇는 세력은 우리뿐』 이라고 결속을 다짐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중 김수한씨는 지역구별교섭대상인물까지 선정해 놓는 등 상당한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본인은 『사실이 아니다』 고 부인하고 있다. 이 움직임은 결국 이철승씨가 3차 해금에서 풀리느냐 여부에 달려있는 셈인데 본인도 그 가능성을 반반정도로 보고 있다는 것.
재야움직임에 별 관여 않고 해금만 기다리는 조윤형· 권기택씨의 동향은 유동적다. 조씨는 △신당창당 △무소속출마 △민한당 입당등 서너가지 가능성을 두고 해금상황에 따라 선택한다는 입장이다.
조씨는 그와 가까운 2차 해금자 정대철씨가 귀국후 3차 해금이되면 민한당에 함께 입당할 것을 권유하자 『잠깐 기다려보자』 고 설득했다는 것.
바깥출입이 별로 없는 이기택씨도 최근에는 신당지향쪽으로 기울었다는데 어느쪽과 선을 댈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민한당측이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은 민추협의 정당화. 계속 지방조직을 확대하고있고 다른 재야조직과도 연계가 돼 있는 민추협이 정당화하거나 혹은 민추협공인정당을 둘 경우 지역에 따라서는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추협측은 그 같은 조직의 이원화가능성에 대해 분명한 언급을 피하고 『민추협은 민추협으로 계속 존속할 것』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역의원으로 유일하게 참여한 황명수씨 같은 이는 민추협의 움직임이 소극적 정치참여쪽으로 나간다면 이탈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추협에는 구야당인사뿐 아니라 구공화당 인사일부도 참여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 특히 민추협의 영향을 가장 심각하게 받고 있는 것이 영남지방의 민한당 조직이다. 한 의원의 표현을 빌면『가까스로 모아놓은 조직이 갈래갈래 찢길 우려도 있다』 는 것이다.
그래서 민한당측은 시· 도지부를 조속히 결성해서 민한당과 재야조직사이에서 흔들리고있는 야권세력을 시· 도지부를 중심으로 묶어놓는 처방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의원들은『그동안 국민에게 민한당이 야당으로 부각되어있는데 큰 타격이야 받겠느냐』 고 낙관하고 있지만 『대도시에서 이상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상황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는 분석도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있다.
결국 이같은 신당세은 모두 3차 해금의 시기와 폭에 따라 부심할 성질들의 것이다. 아직8·15단행설이 재야정가에는 나돌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재야세력의 활발한 조직활동과 9월 신학기 대책등을 들어 3차 해금자체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견해도 있고 연말소폭설도 유력하게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여러가지 변화요인이 작용하겠지만 정국상황이 험하게 얼크러지고 그에 따라 선거를 불과 2, 3개월 남겨둔 연말에 임박해서 소폭의 3차 해금이 단행된다면 기존정치질서를 위협할만큼의 신당은 결국 태동하지 못한채 설로만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 같다. <김?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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