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모르는 기업들 이런게 다르다] 4. 한영캉가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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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영캉가루 강혜숙 사장은 최근 미국 소비자가 보낸 e-메일을 읽고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골프용품 박람회에서 골프 장갑을 구입한 미국 소비자가 품질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한 것이다.

그 소비자는 이 회사의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와 장갑을 다시 샀다. 어떤 미국 소비자는 '아마추어 골프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딸이 골프 장갑을 바꿔 낀 후 지역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다'는 내용의 글도 보냈다.

한영캉가루는 지난해부터 일본에'왕그립'이란 독자 브랜드를 붙여 골프 장갑을 수출하고 있다.

아직 '왕그립'의 수출 규모는 작지만 수출가격은 한 장에 5달러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곧 미국.유럽의 골프용품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이 골프 장갑은 인공섬유에 특수 코팅을 한 소재를 사용한 것이며, 이미 미국.일본.독일 등지의 특허권을 따냈다.

한영캉가루는 골프 장갑에 이어 다음달 골프화를 시판한다. 앞으로 5년 이내에 매출의 30%를 골프 용품으로 올릴 계획이다.

한영캉가루는 원래 일반 가죽 장갑을 만드는 회사였다. 강 사장의 고민은 주력 상품인 일반 가죽 장갑이 한 철 장사라는 점이었다. 장갑은 겨울 날씨에 따라 매출이 들쭉날쭉한데다 판매량을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특히 불황에는 매출이 더 떨어졌다. 최근들어 골프 용품과 패션 제품쪽으로 다각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50년 가까이 장갑을 만들면서 쌓인 봉제와 가죽가공 기술이 이 회사의 밑천이다. 수출 제품이 한번도 클레임을 안 받았을 정도로 외국업체들도 품질관리 수준을 인정한다. 그 덕에 여성 정장 차림에 쓰는 모자와 머플러 등을 미국의 대표적 패션업체인 갭과 코치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경기 부침이 심했지만 한영캉가루는 2백억원 안팎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골프화 등 새로 시장에 내놓은 제품이 많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2백4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 사장은 설명했다. 하반기부터는 지갑과 벨트 등의 패션 제품도 내놓는다.

강 사장은 "봉제하면 얼핏 사양 기술 같지만 거기에는 간단치 않은 노하우가 쌓여 있다"며 "회사의 역량에 맞게 제품을 다변화하면 판로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오는 7월 초 중국 칭다오(靑島)에 6천평 규모의 공장을 가동한다. 고정 투자비를 줄이기 위해 연간 6만달러의 세를 내는 임대공장에 들어갔다. 강 사장은 올들어 매달 한 두번꼴로 칭다오로 날아가 장갑.모자 등의 생산라인 구축에 여념이 없다. 28일 중국 출장 길에 나선 강 사장은 "중국 공장에서 제조 원가를 더 낮추면 수출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영캉가루는 1955년 국내 처음으로 가죽 장갑을 만든 전형적인 내수 기업이었다. 지난해 1천만달러 수출탑을 받는 등 지금은 수출업체로 자리를 잡았다.

창립 이래 무노조 경영을 하고 있다. 무주택 사원들에게 집 구입 자금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으론 드물게 자녀 학자금을 전액 지원하는 등 노사 안정 모범기업이다. 수출제품 수주에서 생산.선적까지의 전 과정을 전산화했다. 1인당 매출액은 1억2천만원에 이른다.

고윤희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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