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株 주름 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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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금융시장에 짙게 드리웠던 카드채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있다. 6월 말까지로 예정된 정부의 카드사 지원책이 끝나면 곧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란 '카드채 7월 대란설'이 잦아들고 있는 형국이다.

카드사들의 경영이 점차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카드사 주가는 연일 급등하고 카드채를 사겠다는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

◇ 강도 높은 카드사 자구책=무엇보다 정부가 "더 이상 카드사 지원은 없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자 카드사들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강도 높게 펼치면서 시장의 불안심리가 약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윤용로 감독정책2국장은 "카드업계 전체의 문제를 개별 카드사 문제로 차별화해 자구노력이 부족한 경우는 퇴출시키겠다는 정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본확충.합병" 발표 잇따라

가장 앞서 자구노력을 실천하고 있는 곳은 삼성카드다. 삼성카드는 하반기로 예정했던 자본확충 계획까지 상반기로 앞당겨 8천억원어치의 후순위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삼성카드의 후순위채는 만기(5년) 보장수익률이 연 9.0%나 되고, 중간에 상장이 이뤄질 경우 공모가 또는 전환가로 주식도 받을 수 있는 좋은 조건이다. 주간사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오는 6월 중순 청약을 앞두고 투자 문의가 쇄도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민카드는 모회사인 국민은행과 합병함으로써 모든 문제를 일거에 풀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30일 이사회를 열고 국민카드와 합병을 결의할 예정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국민카드채는 국민은행 금융채로 바뀌어 거래돼 투자위험이 저절로 해소된다.

국민은행은 아울러 삼성증권와 손잡고 기존 카드채에 신용보증을 더한 채권담보부증권(CBO)도 발행할 계획이다. LG카드도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후순위 채권을 발행하는 한편 단기 기업어음(CP)을 장기 카드채로 전환하기로 하고 외국계 증권사 중 주간사를 물색하고 있다.

◇높아지는 시장신뢰=이 같은 자구노력으로 정부 지원이 없더라도 카드사 경영난이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일면서 카드사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LG카드의 주가는 지난 26일 1만2천8백원이었던 것이 29일 현재 1만5천8백원으로 연 3일간 3천원(23.4%) 뛰었다. 국민카드 주가도 지난 23일 1만2천1백50원에서 29일 1만4천8백50원으로 2천7백원(22.2%)이나 올랐다. 채권시장의 카드채 거래는 아직 부진한 편이지만 투자 문의는 활발하다.

***경영난 해소 기대… 주가 급등

LG투자증권 성철현 채권트레이딩팀장은 "채권시장의 큰손인 투신사들이 아직 채권형 펀드 환매 때문에 손발이 묶여 시장거래는 뜸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개인 거액투자자와 농협 등 여유자금이 있는 일부 기관에서 카드채 입질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成팀장은 "카드사들의 자본확충 계획이 속속 실행되는 것이 확인되면 카드채 시장도 빠르게 정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현대증권 유정석 애널리스트는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4월에도 높아졌지만 이는 연체율 계산의 분모인 카드사 자산이 급감했기 때문"이라며 "카드사들의 실질 연체자산증가율은 3월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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