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독점중계 ABC-TV 횡포|한국선수입장때 광고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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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로스앤젤레스=본사 올림픽 특별취재반】
LA올림픽의 개막식을 독점중계한 미ABC-TV는 다음 올림픽 개최국인 한국선수단이 입장하는 시간에 광고를 방영해 우리선수단이 그라운드에 들어서는 모습과 교포들의 환영장면을 중계하지않아 1백만 재미동포들의 격분을 샀다.
ABC-TV는 이날 일본선수단의 입장이 끝난 바로 다음인 하오6시25분6초 (LA시간)부터미국 국내방송에 1분33초동안 상업광고를 방영해 요르단-케냐-한국순서로 입장하는 장면을 완전히 빼버리고 뒤늦게 그라운드의 가운데를 돌고있는 우리선수단의 선두 몇사람만 3초간비쳤다.
이에 격분한 한인단체와 일부교포들은 ABC-TV에 항의전화를 했고 중앙일보LA지사등LA지역의 한국신문사들에도 ABC-TV를 비난하는 전화가 빗발치듯 걸려왔다.
재미한인 올림픽 후원회 회장 이인원씨와 LA한인회회장 김죽봉씨는 ABC-TV의중계중단에대해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들 두 한인단체대표는 28일(현지시간) ABC-TV를 방문해 공식해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ABC-TV 시청거부운동등 강력한 대응책도 마련하기로했다.
이번 사태는 한국이 다음번 올림픽 개최국이라는 점과 재미한인교포가 1백만명이나 된다는 점을 생각해볼때 한국에 대한 모독이 아닐수없다.
더구나 주한미군이 3만9천명이나 되고 전통적인 한미관계 측면에서 볼때 비록 그같은 사태가 실수에 의해 저질러졌다 하더라도 묵과할수 없다는 것이 TV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이제 곧 88서울올림픽 중계권협상이 전개된다. 만약88년에 가서 한국방송중계단이 미국선수단의 입장광경을 빠뜨렸다고 가정할때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예상해 본다면 미ABC-TV의 이번 처사는 한미관계의 우호증진이라는 측면에서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닐수 없다.
이에대해 ABC-TV 스포츠국장 「로버트·버크」씨는『다음 올림픽 주최국인 한국선수단의 입장장면을 광고때문에 중계하지 못한것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고의적인것은 아니고 미리 짜여진 광고스캐줄 때문에 우연히 그렇게 된것이라』 고 말했다.
ABC-TV는 이날 3시간반동안 개막식을 중계하면서 23차례 1∼2분간씩 방영을 중단, 상업광고를 하면서 미국선수의 입장장면은 하오7시5분10초부터 7시12분5초까지 무려 7분이나 방영했으며, 중공· 일본· 프랑스·영국등의 대표선수 입장때에는 전혀 광고방영이 없었다.

<우연이라기보다 고의>
▲김성길씨(LA 산마리노스트리트)=다음 올림픽 개최국이며 많은 선수단을 보낸 한국선수단의 입장을 중계하지 않은것은 우연이라기보다 고의적이라고 밖에 볼수없다.

<한국을 얕잡아본 처사>
▲정태순씨(뉴욕플러싱)=한국을 얕잡아본처사다. 1백만 한인들이 단결된 힘으로 ABC-TV의 편파적인 자세를 고쳐주어야한다. 본국정부도 대응책을 마련해야한다.

<한국대사관서 항의|abc-tv서 사과>
주미한국대사관은 29일 올림픽개막식 중계과정에서 ABC-TV가 한국선수단 입장식때 광고를 방영한데 대해 로스앤젤레스의 ABC-TV중계반과 「마빈·베이더」 ABC-TV부사장에게 항의했다.
ABC-TV측은 이에대해 30분에 1회씩 배정되는 광고시간이 한국입장 시간에 겹쳐 그같이 됐다고 사과하고 깊은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ABC-TV는 그대신 개막식 중계도중 태극기와 선수단 도열장면등 한국선수단의모습을 3차례에 걸쳐 보완방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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