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경리업무 30년 노하우 민간에 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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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해 11월 취임하고 보니 막상 부대 구호가 없더라구요. 육군 보병은 '나를 따르라', 포병은'알아야 한다'가 있고, 해병대는'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등 멋진 게 많아 제 휘하의 25명으로 구성된 대령단과 머리를 맞댔죠. 그래서 탄생한 구호가'한 발 앞서자'(Let's go a step ahead!)입니다."

서울 용산에 있는 육군 중앙경리단. 단장실에서 만난 백정군(53. 준장)중앙경리단장은 현역 장군이지만 말쑥한 민간인 신사 이미지다. 그래선지 그가 경제.경영서 '열정의 중심에 서라'(오늘의 책 출판사)를 펴낸 것도 오히려 자연스럽다. 군 생활 30년 노하우가 녹아있는 이 책에는 부대 구호'한 발 앞서자'를 사회의 각 영역에서 응용해 세상을 바꾸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본래 이 책은 '한 발 앞서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틈날 때마다 제가 만든 정훈 자료가 토대가 됐지요. '1%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아메바 같은 유연성이 세상을 바꾼다''두 발 앞서면 동료의 손을 잡을 수 없으니, 한 발만 앞서자'는 소신을 담았죠. 그런데 후배들이 책으로 펴내자는 제안을 하는 통에 등 떠밀려 여기까지 왔습니다."

경리장교들의 최고참인 경리병과장을 겸한 그는 신간을 김장수 육군참모총장 등 선.후배들에게 증정했다고 밝혔다.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혁신을 가져오는 사례들이 책 속에 설득력있게 녹아들었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백 단장은 내년 7월부터 장병들에게 현금으로 지급되던 봉급이 전면 온라인 방식으로 개편된다고 소개했다. 민간보다는 엄청 뒤늦었지만 '조용한 개혁'을 자랑스러워 하는 눈치다.

"지금까지 육군 장병의 봉급은 경리단을 거쳐 군.군단.사단 등 무려 10여 차례의 수령단계를 거쳐 병사들에게 전달됐습니다. 내년부터는 개인 카드로 간단하게 지급됩니다. 엄청난 기회비용을 줄이는 것이죠. 엄청 투명해지는 것은 물론이구요."

백 단장은 부산상고 출신. 경남 남해 출신인 그는 "내가 은행 창구 체질이 아니다"는 판단에 따라 육사를 지원했다. 1976년 소위 임관 뒤 수도방위사령부 관리참모, 육본 감사과장 등을 거쳤다.

장군 진급은 현 정부가 시작되기 직전인 2003년 1월. 진급 뒤 육본 예산처장을 거처 경리단장에 취임했다. 경리단은 한 해 육군 예산을 편성하고 그걸 토대로 국방부 기획예산처를 통해 예산을 확보하는 등 육군 살림 전체를 책임지는 부대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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