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장이문제] "수도권 전철 연장 '고무줄 개통'하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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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고속철 천안아산역(왼쪽)에 연결시켜 수도권 전철의 장재역(오른쪽) 공사가 한창이다. [조한필 기자]

아산시 배방면 모산역 주변서 아파트를 분양 중인 건설업체에 최근 반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내년 말로 예정됐던 수도권 전철의 천안역~온양온천역 구간(14.7㎞) 연장 개통이 2년 뒤인 2008년 말로 연기됐다는 것. "2년 후 아파트 입주 때는 모산역에 이미 전철이 운행한다"며 청약자를 모집하는 업체들에게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배방면 북수리.공수리 일대에는 1년여 전부터 아파트 7000가구가 집중 분양됐다. 입주 때 전철 개통을 예상하고 이미 아파트를 분양받은 예비 입주자들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이 구간 총 공사비는 4925억원으로 현재 2836억원이 투입됐다. 당초 개통 시점을 1년 앞뒀는 데 예산 투입은 겨우 절반을 넘었고 공정도 60%에 그치고 있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공사 지연의 가장 큰 이유는 국비 확보가 원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한 해 800~900억원씩 필요한 데 2004년 550억원, 2005년 600억원에 그쳤다"고 말했다. 천안시의 쌍용.봉명역 신설 요구와 일부 구간 주민 민원도 개통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전철의 개통 연기는 이번만이 아니다. 올 1월 개통된 병점역~천안역(47.9km) 구간은 두번이나 개통이 연기됐다. 2003년 말 예정이던 것이 2004년 말로 미뤘졌고, 또 2005년 초로 연기됐다. 이 때문에 당시 전철 개통을 맞춰 두정역 부근에 상가.오피스텔을 분양하던 업체가 된서리를 맞았고 전철 통학을 염두에 두고 이 지역 대학을 지망하려던 수도권 학생들이 발길을 돌렸다.

이번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 정시 입학철을 맞은 아산의 호서대.선문대.순천향대는 난감한 표정이다. 3년 후 개통으로 '아산까지 열리는 수도권 전철시대'란 홍보 문구가 무색해진 것이다.

아산시지역개발위원회 이봉우 위원장은 "전철 개통 계획이 고무줄이냐. 도대체 몇번째 늘리는지 모르겠다"며 "아산신도시 지역에 주민들이 입주하는 시점에 개통시켜 안전한 전철 수요를 확보하려는 속셈아니냐"고 비난했다. 아산시 관계자는 "전철 개통과 함께 수도권 주민들의 온양온천 관광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해 내년 시티투어버스 운행을 계획했는데 … "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중온천탕이 있는 관광호텔 등도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철도공사는 장항선 열차를 2007년 완공되는 장재역(고속철도 천안아산역의 환승역)에 정차시켜 전철 개통 지연에 따른 고속철 승객 불편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천안시 지역의 전철 신설역인 봉명역.쌍용역은 내년 상반기 교통영향평가를 거쳐 착공된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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