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반기 숨고른 뒤 하반기 재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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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상승률 세계 2위(81%)와 세계 4위(53%).

올 들어 이달 27일까지 코스닥 시장과 거래소 시장이 각각 거둔 성적표다. 이런 가파른 상승은 펀드 등 간접 투자 붐과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가 동시에 진행됐기 때문이다. 내년 증시도 이런 흐름이 일단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 지수 최고치를 1450~1600 정도로 잡았다. 코스닥 지수도 750~1000 사이를 점친다. 올해보다 지수가 10~20% 정도 더 오르리라 본 것이다. 전체 흐름으로 보면 내년 증시는 '전약후강(前弱後强)' 양상을 띨 가능성이 클 것이란 관측이 많다. 상반기엔 미국 경기 둔화나 위안화 절상 등 해외경제 여건의 변화로 국내 증시도 조정기를 거치다 하반기 이후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에도 분위기는 좋다=증시 안팎의 여건은 올해 못지 않다. 우선 경기 회복 기대감이 강하다. 기업 실적도 계속 좋아질 전망인 데다 경제 성장률도 올해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및 민간경제연구소 등은 성장률을 5% 안팎으로 내다봤다.

국내외 자금 흐름도 괜찮아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 내내 글로벌 유동성 축소 우려를 불러왔던 미국 통화당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 상반기쯤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돈의 흐름과 수급 여건도 여전히 괜찮다. 저금리 기조에다 부동산 억제책으로 발이 묶인 시중자금의 증시 유입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투자증권 박승훈 펀드분석팀장은 "저축에서 투자로 넘어가는 가계자산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며 "주식형 펀드의 수탁고가 내년에는 40조원까지 늘어나고 적립식 펀드의 수탁고 역시 22조원까지 불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속도 조절론 부상=시장 일각에선 내년 초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가 적지 않게 쌓인 데다가 중국 위안화 절상 같은 돌발 변수가 내년 초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는 게 이유다. 그간 코스피지수는 2003년 3월 저점(515포인트)에 비해 160% 이상 올랐다. 너무 가파르게 올라 피로감을 느끼고도 남을 정도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주가는 두 배 이상 올랐고 현대차는 300%나 치솟는 등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이 100~390%까지 급등했다.

외국인도 변수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매수 여력이 한계에 달한 외국인들의 '셀코리아'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수 급락에 따른 대규모 환매 우려도 만만치 않다. 골드먼삭스 등은 내년에 돌발 악재 등으로 증시 상승 기조가 꺾일 경우 주식형 펀드의 '엑소더스(대량 환매사태)'가 나타나고 이로 인해 다시 지수가 급락하는 악순환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주가 전망 결과는=본지는 7일 1일자 4대 가격 변수를 통해 올 하반기 코스피 지수가 양호한 기업 실적 및 수급 호조 등에 힘입어 네 자릿수대에 안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코스닥 시장이 몇몇 테마 종목에만 매달려 있어 시장 왜곡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큰 흐름은 맞았다. 다만 3분기 미국의 인플레 우려와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지수가 10% 가까이 빠지는 조정 국면을 거칠 것이란 예측은 하지 못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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