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625. '사잇길'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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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즐겨 부르는 가곡 '보리밭'(윤용하 작곡, 박화목 작사)의 노랫말이다. 노랫말이나 시에 맞춤법의 잣대를 들이대기는 뭣한 면이 있지만 여기에 나오는'사잇길'은 '샛길'이 바른말이다.

'샛길'은 큰길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말하는데, 한자어로는 '간도(間道)'라고 쓴다. '샛길'은 '사이[間]'의 준말인 '새'와 '길[道]'이 합쳐진 말이다. 발음할 때 [새낄]로 '길'이 된소리가 나므로 '새'에 사이시옷이 붙어 '샛길'이 됐다. 그러나 줄어들기 전 형태인 '사잇길'은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고'샛길'의 잘못으로 규정하고 있다. "꾸불거리는 샛길이 황토 야산 사이로 나 있다" "샛길로 질러가면 훨씬 빠르다"처럼 쓰인다.

"샛길로 빠질 때 인생은 즐겁다" "샛길은 호젓하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길이다" 등과 같이 '샛길'은 의미가 확장돼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경우를 나타내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한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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