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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식 기자의 새 이야기 ⑮ 뿔논병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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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뿔논병아리랍니다. 어떤 이는 제 이름에 딴죽을 걸기도 합니다. 논에 사는 병아리라고 오해할 소지가 있는 ‘논병아리’보다는, 짙은 색깔을 지칭하는 농(濃)자의 ‘농병아리’가 옳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자맥질로 물고기를 낚으며 사는 제가 논에 갈 일은 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를 만나시려면 논이 아니라 호수나 하천으로 오셔야 합니다.

우리에게 5월은 몹시도 분주한 때입니다. 갓 태어난 어린 것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갈대잎이나 부들 줄기를 엮어 둥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보금자리가 비록 초라해 보일지라도 우리 가족이 지내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행복은 크고 화려한 집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닌 법이지요.

장대비에도 끄떡없이 가족을 지켜주는 보금자리처럼, 어린 것들을 지켜주는 것은 어미의 품입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어미 품의 온기는 세상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사랑의 힘일까요? 어린 것들의 정수리에는 모두 빨간 하트 무늬가 선명하게 박혀있습니다.

철없는 것들은 틈만 나면 어미 품을 벗어나려 하지만, 도처에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르는 어미가 어디 있겠습니까. 둥지에서는 어미 품이 제일 따뜻하지만, 나들이에는 어미 등짝이 최고죠. 자맥질은커녕 헤엄도 서툰 어린 것은 어미의 등짝에 파묻혀 세상구경에 정신없습니다. 어부바. 유모차에 없는 것이 어부바에는 많습니다. 세상을 용기 있게 바라볼 수 있는 힘과 착하게 바라보는 마음을 갖게 합니다. 어부바, 어부바. 언제나 부드럽고 따뜻하게 어르던 그 소리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철없는 제 귓가에도 이따금 들려옵니다.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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