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 세관, 소트럭 억류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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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컨테이너 트럭에 실린 탱크만한 무게의 9t짜리화물이 외교파우치(행낭)라고 주장하는 소련과 그내용물을 확인해야겠다는 서독과의 외교적인 실랑이가결국 소련의 굴복으로 수습되었다.
서독을 통과해 동독으로넘어가려다 19일 서독세관관리들에 의해 제지된 이컨테이너 화물의 내용을 소련측은 「외교공관용 비품」이라고 우겼으나 서독측은서방의 대소금수품목인 컴퓨터이거나 정보수집장치일것으로 추측했었다.
지난11일 동독으로부터 서독국경을 넘어 별 의심을 받지 않고 스위스의 제네바소련대표부까지 갔던 이 컨테이너 화물에 대해 소련측은 제네바소련대표부가 사용할 열쇠와 스탬프및 암호기계가 9t이나 된다고 설명하자 이에 놀란 스위스세관에서 제네바 소련대표부 구내에 도착한 건테이너 화물내용을 확인하겠다고 나섰으며 소련은 빈협정에 따른 외교특권을고집하며 이를 거부했었다.
1주일간 옥신각신한 끝에 스위스와 소련측은 짐을 풀지 않고 소련으로 되돌려 보내기로 합의,컨테이너화물트럭은 18일 스위스를 떠나 서독을 통과해 동독으로 들어가려다 국경도시 헬름슈테트에서 다시서독세관의 제지를 받게 된것이다.
서독측의 의구심을 돋군것은 지난11일 서독을 지나 스위스로 가는동안 충분한휴식을 취하며 가도 통상 10∼15시간 걸리는 거리를40시간 가까이 소요했고 스위스에 들어가서도 직접· 목적지로 가지않고 먼길을 돌아 스위스의 공격기지 근처에서 머무르다 도착했던점,소련으로 돌아가는 도중에도 시간을 지체하며 본의 소련대사관 구내에서 하룻밤을 묵었던점 등이었다.
그러나 서독측의 끈질긴 요구에 굴복,소련이 서독세관관리에게 보여준 화물명세서에는 트럭에 적재된 내용물이 제네바의 소련UN 대표부에 설치될 무선송신장치와 전자기술장치등이 들어있는것으로·기록되었다.
서독언론들은 이 트럭에간첩강비나 밀수한 서방기술이 적재돼있을 가능성이있다고 보도했다.
서독측 정부대변인 「뵈니쉬」공보상은 『남의 콧등까지 타고 앉아 춤추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소련에 으름장 놓는것을 잊지않았다.
【본=김동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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