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어장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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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뚝섬·강나루 등 서울 근교의 웬만한 유원지에서 우리는 풍천 장어를 맛볼 수 있다.
풍천장어의 고향은 전북 고창의 인천강이다. 강이나 호수에서 10년여를 자란 장어는 산란을 위해 바다로 나가는데 이때 바닷물에 적용하기 위해 몇달 또는 1년정도 강어구에 머무르게 된다. 이 때의 장어가 맛으로 따져 가장 일품이므로 장어구이가 유명한 곳은 바다로 흘러드는 강이 많은 서해안 일대의 강어구에 있다.
노령산맥에 연해있는 고만고만한 산에서 흘러드는 지류를 모아 곧장 서해의 공소만으로 흘러드는 인천강 유역에는 아직 이렇다 할 도시도, 공장지대도 없어 강물이 맑음을 유지하고 있다.
풍천은 선운사가 있는 선운산 계곡에서 인천강에 이르는 한 지류의 이름이기도 하다는 이 곳 주민들의 말. 그러나 지금 풍천장어라면 바다로 흘러드는 강어구에서 잡히는 모든 장어를 이름하는 대명사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근교에서 대량으로 소비할 수 있을만큼 이곳 인천강의 장어 어획고가 많지 않다.
풍천장어의 본고장인 고창에서 장어구이는 선운사 입구마을이 유명하다.
장어구이가 원래 우리 전통 음식이 아니었고 또 일반화된지도 오래지 않아 이곳 장어구이의 역사는 20년을 넘지 않는다.
학농사 입구 산장식당의 주인 허인례씨(52·전북고창군아산면삼인리235)는 식당을 시작한 60년대말만 해도 장어구이는 약으로 먹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여름을 탈 때 장어를 먹으라고 할만큼 장어구이를 강장요리로 꼽고 있다. 장어에는 지방이 많고 여름철에 특히 부족되기 쉬운 비타민A도 두드러지게 많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복중요리로 꼽히고있다.
장어의 품질과 선도도 중요하지만 우선 양념맛이 장어구이 맛을 좌우한다.
이곳에는 설 구운 장어를 양념해서 다시 굽는데 양념 만드는 방법이 독특하다.
먼저 장어의 뼈와 머리부분을 고아서 그 물에 간장으로 간을 하고 국물분량의 3분의1 정도 되게 청주를 넣는다.
양념에 청주를 넣는 것은 고기를 연하게 하기 위해서다.
청주와 함께 칡뿌리를 세토막쯤 넣는데 칡뿌리의 맛이 고기에 배어 달콤한 맛과 산뜻한 산냄새를 더해 준다.
생강 마늘 후추 등을 함께 넣고 끈끈할 정도로 끓인 후 고추장으로 붉은빛을 더해준다.
이 양념에 설 구운 고기를 담가 재워두었다가 다시 구우면서 붓으로 3,4번 양념을 더 발라준다. 다 구운 고기는 먹을 때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다.
인천강의 장어잡이는 봄철부터 감속에 돌무덤을 쌓아 두었다가 여기에 서식하는 뱀장어를 그물로 잡고 돌무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법을 쓴다.
현재 2백여개의 돌무덤을 쌓아두고 있는데 오염되지 않은 물속에서 잡은 풍천 장어구이는 쫄깃쫄깃 하면서 입안 가득히 번지는 기름진 맛으로 전국 일미라는 소문에 손색이 없다.
학운사 입구 마을에는 풍전장어구이와 함께 오부자 딸기술도 있어 입 맛을 더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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