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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사망, 과잉진압 탓" 인권위, 검찰에 '경찰 폭력' 수사 의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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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농민시위에 참가했다가 숨진 전용철(43).홍덕표(68)씨의 사망 원인은 경찰의 과잉진압에 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26일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검찰총장에게 전씨와 홍씨의 사망사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이날 밤 5시간에 걸친 전원위원회를 마친 뒤 "전씨는 방패에 떠밀려 넘어지면서 후두정부(뒷머리)에 충격을 받고 넘어진 상태에서 경찰봉 등으로 폭행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홍씨는 방패로 얼굴과 뒷목을 맞아 경추(목.등뼈)에 손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경찰 장비 사용 규칙에 따르면 방패의 날을 세우거나 위에서 내리찍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방패로 밀 때도 몸통 부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경찰이 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또 경찰은 해산 시위자 검거 과정에서 주최자에게 종결 선언을 요청하고 3회 이상 해산명령을 내린 뒤 검거하도록 한 규정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이날 경찰청장에게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서울지방경찰청 차장.경비부장을 경고하고, 서울청 기동단장 등을 징계하도록 권고했다.

검찰 수사 의뢰와 관련, "행위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워 검찰총장에게 가해 부대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 수뇌부 경질 등 파문이 예상된다. 경찰은 농민 사망사건 이후 경찰청장의 경질 등을 요구하는 농민단체의 요구에 대해 "인권위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혀왔다. 청와대도 "인권위와 경찰의 조사 결과가 나온 뒤 후속 조치를 말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인권위의 결정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인권위가 해당 기관에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하면 피진정 기관은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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