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빈"이라서 "외화"는 아닌지…|전시회『팸플릿』너무 화려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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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전시회보다 단녹이 화려하다. 전시회를 위해 제작하는 팸플릿이건만 작품보다 단녹을 사치스럽게 꾸미고 있다. 외화내빈-. 전시회에서 작품이내용이라면 단녹은 형식. 가뜩이나 불황인데 개전파티비·대관료·표구대등 많은 경비를 감당하면서 미술인들이 다루어 호사스런 팸플릿을 만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작가가 1주일동안 전시회용 하려면 적어도 5백만원이상 들어야 한다.
개전파티비 30만원, 자관료초만원,표패대 1백50만원, 도록제작비 2백50만원등이다.
도록제작비가 전체경비의 반이상을 차지, 줄여야할 항목인데도 더 호사스럽게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한번도 도록을 만든 적이 없는 「한국미협전」도 올해(18회) 처음 자료제공이란 명분으로 7백여만원을 들여 9백20점의 작품을 실은, 도록을 만들었다.
최근에 전시회를 한 조각가M씨는 도록을 만드는데 2백50만원, 동양화가 M씨는 2백10만원, 동양화가 P씨는 2백50만원, 서양화가 H씨는 3백만원을 들였다.
M씨의 경우 컬러 12장·흑백8장의 도록 2천부를 찍었는데 내용은▲표지 용지대 10만원.원색 4만원, 단색1만원, 인쇄판대 2만원,인쇄대 6만원,래미네이팅 6만원▲내지용지대 64만원,원색제작대 55만원,단색제작대 27만원,사식도안대 3만원,단색제판대 5만원, 인쇄판대 6만원, 인쇄대 24만원▲제본대 20만원▲봉투대 l2만원▲초청장 6만원등 모두 2백51만원의 견적이 나왔다.
도록도 사치스럽게 만들려면 한이 없다.
촬영비만도 1커트에 컬러 3만원,흑백 1만원,색분해비가 컬러의 경우 1커트에 5만∼8만원이 든다.
색분해까지 해서 인쇄소에 넘길경우 적어도 1백만원의 경비를 더 부담해야한다.
그럼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도록을 만드는가.
동양화가 P씨는 『전시회가 끝나면 결국 남는건 도록뿐이기 때문에 잘 만든다』고 내세웠다.
작가 K씨는 『애호가들이 도록에 실린 작품만 골라 사기때문에 많은 작품을 수록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미술평론가 유준상씨는 『내용없는 형식도 공허하고 형식없는 내용도 짜임새가 없다』면서 『도록을 잘 만드는 것은 좋지만 외국에 비해 너무 사치스럽다』고 지적, 『작가는 형식보다 내용, 곧 좋은 작품제작에 심혈을 경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지금 로스앤젤레스 아트코어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는 윤명노씨는 외국친구들에게서 여러차례 한국작가의 팸플릿이 너무 호사스럽다는 이야기를 듣고 작품(원색) 두점만 넣은 간단한 팸픔릿을 만들어 가지고 갔다.
동경 은좌에 있는 히로다화랑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판화전문화랑이다.
여기서 전시하는 모든 작가는 팸플릿제작에 규제를 받는다.
작품 3커트와 작가사진·약력·평만을 싣는 간단한 도록이다. 형식보다 내용을 알차게 하자는 것.
6월하순에 이곳에서 전시회를 한 서양화가 김형대씨도 화랑의 요구대로 원고를 보내 그곳에서 팸플릿을 제작했다.
6월말 롯데호텔2층 사파이어룸에서 전시회를 가진 중국의 원로서예가 사종안옹도 한장짜리 팸플릿에 11개작품을 담은 알뜰한 도록을 내놓았다.<이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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