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3천 투자했는데 3년 뒤 7천만원"…ELS 투자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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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씨는 2012년 1월과 3월에 걸쳐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세 개를 들었다. “대형주라 원금을 깎아먹을 위험은 없다. 예전에 17~18% 수익을 낸 상품”이란 증권사 직원 말만 믿고 1억3500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3년 만기가 지나 이씨에게 돌아온 돈은 7000만원도 안 됐다. ELS의 바탕이 된 종목 주가가 40% 넘게 빠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고위험 상품이란 설명은 없었다. 안전성과 높은 수익률만 강조한 직원에게 손해배상을 받을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이 ‘ELS 투자 주의보’를 발령했다. ELS에 투자했다가 크게 손해를 입는 소비자가 늘면서다. 낮은 금리와 상승 기류를 탄 주가 덕분에 ELS 인기는 뜨겁다. 5일 금감원과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ELS 잔액은 6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석 달 새 3조8000억원 늘어났다. 2014년 말과 비교해선 54.2% 급증했다. 2010년 16조9000억원, 2012년 34조8000억원, 2014년 57조7000억원으로 해마다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조성래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국장은 “ELS는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인데도 불구 모르고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고 민원을 제기하는 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접수된 ELS 관련 민원은 2012년 31건이었지만 2013년 193건, 2014년 264건으로 증가했다.

만기가 됐다거나 해서 고객이 운용사에서 빼간 ELS 투자금은 지난해 총 55조1000억원이었다. 이들의 총 수익은 1조1000억원에 그쳤다. 투자 수익률이 2%에 불과하다. 2013년 5.3%에서 3%포인트 낮아졌다.

문제는 손해를 봤을 경우다. 지난해 고객이 회수한 ELS 투자금 가운데 93.5%(51조5000억원)는 수익을 냈다. 평균 수익률은 5.0%였다. 반면 손해를 본 나머지 3조6000억원의 손실률은 평균 41.4%에 달했다. 증권사와 은행에서 저금리 시대 ‘중수익ㆍ중위험’ 투자처라며 ELS 판촉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은 ‘저수익ㆍ고위험’에 가깝단 얘기다. 서정보 금감원 소비자보호제도연구팀장은 “ELS에 투자했다 손실을 입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나 법원을 통해 손실 보전을 받긴 쉽지 않다"며 "고객이 관련 서류에 서명을 했다면 구제받기 어려우니 예방이 중요하다”고 했다.

ELS는 주가에 따라 크게 원금을 까먹을 수 있는 고위험 금융상품이란 점을 먼저 숙지해야 한다. 종목형이라 위험하고 지수형이라 안전한 것도 아니다. 주가 변동에 따라 손익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요즘처럼 주가가 상승할 때 ELS에 투자한다고 수익도 따라 오를 것이라 기대해도 안 된다. 가입 당시 주가 수준이 높다면 만기 상환 때 손해를 입을 확률만 높아질 뿐이다. 최근 ELS 민원이 늘어난 배경도 2011년 코스피가 2200을 넘겼을 때 ELS에 가입한 상품들이 만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운용사를 선택할 때도 수익률보다는 운용사 자체의 신용등급부터 따져야 한다. 예금자 보호가 안 되는 상품이다보니 운용회사가 파산하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라고 안심해선 안 된다. 은행에서 내놓은 주가연계특정금전신탁(ELT)나 주가연계펀드(ELF) 모두 ELS와 마찬가지인 상품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불완전판매를 막을 충분한 위험 고지, 적합한 상품 제시, 적절한 투자 규모 설정 등이 ELS 판매 현장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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