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에 더위도 없다|유도회서 서울 종로에 서당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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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 유교경전 읽는 소리가 낭랑하다. 한여름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부·대학생·직장인 등 40여명이 모여 앉아 옛 것을 새로 익히고(온고지신)있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 교동국민학교 앞 건국빌딩 3층에 마련된 도심의 서당 유도회의 한문교실. 78년 9월부터 줄곧 논어·맹자·중용·시경·주역·통감 등을 가르치고 있다.
유도회는 69년 초에 조직된 유교신자들의 전국적인 모임이다.
유도회 한문교실 강사인 홍찬유씨 (70·서울대 강사)는 『무분별하게 서구문화를 받아들여 이 사회가 병을 앓고 있는 것 같다』며 전통적인 유교의 교훈을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래된 거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만 하지 말고 좋은 것은 배워야지요』라며 중용의 이치는 현대과학의 원리와도 통한다고 덧붙였다.
경전공부는 원문의 해석에 중점을 둔다. 수강생들은 소형 카세트까지 준비, 녹음을 하며 공부하는 등 열의가 대단하다. 숙제도 꼭꼭 내줘. 수업시간에 확인하고 번갈아 가며 해석도 시킨다.
1년 전부터 계속 나온다는 주부 조갑여씨(39)는 『취미로 붓글씨를 쓰다가 시경을 배우려고 나오기 시작했어요. 여기서 배운 것을 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가르칩니다』라며 매우 재미있다고 말했다.
유도회에서는 매년 여름방학기간을 이용, 일선 중·고교한문교사들에게 한문교육도 실시해 오고 있다. 올해도 이달 말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매일 계속되는 강의로 목이 쉬었다는 홍찬유씨는 논어의 학이편에 나오는 다음 구절을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자왈 제자팔칙효 출칙제 근이신 범애중 이친인 행유여력 칙이학문』
(공자께서 말했다. 젊은이들은 집에 들어오면 부모에게 효도하고, 밖에 나가서는 웃사람을 공경하며, 행동을 삼가고 신의를 지키며, 널리 여러 사람과 사귀되 어진 이와 가까이할 것이다. 이런 일을 행하고 남은 힘이 있거든 비로소 글을 배우라.) <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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