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논문조작파문] 각계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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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시내 한 시내버스에 부착됐던 '황우석 박사님 당신은 한국의 희망입니다'라는 광고물을 직원들이 떼어 내고 있다. 버스 회사 관계자는 서울대 발표 이후 승객과 시민의 항의 전화가 쇄도해 광고물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변선구 기자

황우석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조작됐다는 서울대 조사위의 발표에 정부와 정치권 모두 "매우 유감스럽다"며 침통해 했다.

서울대 교수들과 생명윤리계는 "황 교수, 논문 조작에 관여한 사람을 학계에서 영구 퇴출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난치병 환자들은 "설마 했는데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줄기세포 연구는 계속돼야 하며 생명공학 연구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 침묵하는 청와대=노무현 대통령은 23일 밤 종교계 지도자들과의 만찬에서 황 교수가 얘기가 화제로 올랐으나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황인성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전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서울대 조사 결과 발표 후 "서울대 조사위의 중간 조사 결과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논문의 저자이기도 한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의 거취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으며, 서울대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나 검토될 문제"라고 말했다.

최석식 과기부 차관은 이날 "황 교수 연구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서울대도 주관 연구기관으로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앞으로 1~3년간 연구과제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진실성위원회 설치 등 기관 내 윤리 시스템을 개선케 하는 등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녹색연합.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모인 생명공학감시연대는 이날 "이번 사태는 청와대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 김병준 정책실장과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 등 황 교수를 지원해온 정부 인사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 서울대 교수들 "황 교수 파면해야"=서울대 교수협의회 장호완 회장은 "이번 사건은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약자를 대상으로 한 학문적 조작과 사기란 점에서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라며 "서울대는 황 교수와 조작에 관여한 자들까지 파면 조치하고 학계에서 영구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이날 대한의사협회에 "황 교수 연구팀에 난자를 대량 공급한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과 장상식 한나산부인과 원장 등을 조사해 징계해 달라"고 건의했다.

◆ 난치병 환자들 "이럴 수가"=황 교수를 지지해온 가수 강원래씨는 "나나 다른 장애인은 황 교수의 연구 소식을 듣고 0.0001%의 희망을 가졌다"며 "안타깝지만 그 희망을 잃은 것 때문에 다른 젊은 과학도들이 연구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하균 한국척수장애인협회장은 "원천기술이 있다고 믿었지만 줄기세포가 11개가 아니라 두 개밖에 없었다고 하니 충격"이라며 "이 정도 연구 조작이 일어난 만큼 황 교수의 사퇴도 어쩔 수 없는 일로 생각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줄기세포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연세대 의대 서활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으로 우선 복제 기술 자체가 매도되지 않았으면 한다. 황 교수 외에도 체세포 복제 기술을 이용해 가축을 생산하는 등 본연의 연구를 행하는 분이 많은데 그들은 모두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진자 한국ACL(루게릭병)협회 부회장은 "사실 (황 교수 연구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말없이 일하는 연구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야당은 국정조사 주장=정치권도 '황우석 쇼크'에 휩싸였다.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첨단과학 연구.지원에 대한 검증 시스템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모든 국민의 마음이 공허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은 "한국 과학계의 대외신인도 하락이 걱정스럽다"고 말했고,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서울대의 책임도 크다"고 논평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국정조사를 주장했다.

'황우석 교수와 함께하는 국회의원 모임' 회원이자 '난자기증재단' 이사인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도 "설마 설마 했는데… 참담할 뿐"이라며 당혹해 했다. 여야 정당들은 그러나 "생명공학 연구.지원이 위축돼선 안 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특별취재팀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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