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습작 끝에 등단한 65세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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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아직도 평생을 기다리고 준비해야 하는 것인가 보다. 대구에 사는 65세 노인이 시인으로 등단했다.

"참으로 먼 길 돌아서 온 것 같습니다. 지름길 투성이인 세상, 유독 나에겐 쉽게 와닿지 않던 길 좀 더디게 돌아왔지만 결코 손해만 본 것 같지는 않습니다"고 전하는 수상 소감이 묵직하게 울린다. 주인공은 1940년 경북 청도에서 출생한 조만조씨. 문예 계간지 '문학과 의식' 겨울호에 '왕유를 만나다' 외 세 편이 당선되면서 등단을 마쳤다. 당선작 '왕유를 만나다'는 당나라 화가 왕유의 화폭을 통해 인간사 속성을 성공적으로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다.

대구에서 레저용품 가게를 운영 중인 조씨는 97년 시창작 강좌인 '대구시인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시 공부를 시작했다. 거기서 그는 8년간 서지월 시인의 지도 아래 시를 연마했다. 서 시인은 "당선자는 8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꾸준하게 수학했다"며 "써놓은 시만 100편이 넘는다"고 조씨의 열정을 칭찬했다.

"현실을 좀 더 지적하고 반항하고 경종을 울리는 시를 쓰고 싶다"고 말하는 65세 노인의 각오는 여느 신예 시인 못지않게 다부지고 당찼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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