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리룬 만난 시진핑 “하나의 중국 합의 지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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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베이징에서 영수회담을 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주리룬 대만 국민당 주석. [신화=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주리룬(朱立倫) 대만 국민당 주석 간의 국·공 영수회담이 4일 베이징에서 열렸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8개월가량 앞둔 데다, 특히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야당 민진당으로의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민감한 시점에 6년 만의 영수회담이 전격 성사된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와 주 주석의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된 발언 내용에도 내년 선거를 의식한 부분이 많았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양안 운명공동체를 건설해 나가야 한다”며 “그 기초가 되는 ‘92 컨센서스’를 확고하게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92 컨센서스’는 1992년 중국과 대만의 교류단체 사이에 합의된 것으로, 양측 모두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해석에 따라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의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를 일컫는 말이다.

 시 주석의 발언은 중국의 확고한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못박아 둔 발언으로 읽힌다. 주 주석을 수행해 베이징에 온 한 대만 기자는 “시 주석의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주 주석에게 한 말이지만, 동시에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주석에게 한 말로도 읽힌다”고 해석했다. 중국의 관심은 총통선거에서 민진당의 집권을 견제하는 데 있다. 설령 민진당이 집권해도 예전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시절과 같이 대만 독립 공약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게 막고자 한다.

 현재 지지율이 민진당보다 크게 뒤처지는 국민당의 입장에서도 이번 회담은 큰 의미가 있다. 영수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양안 관계의 급속한 변화와 새로운 긴장 조성을 원하지 않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주 주석이 대륙과의 경제 협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주 주석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신실크로드 경제권)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IIB 가입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명칭 문제를 놓고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등 구체적 대화 내용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국민당의 ‘친 대륙’ 입장이 지나치게 부각될 경우 자칫 대만 내 여론의 역풍을 받을 수도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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