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기대, 잊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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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23회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출전할 한국선수단은 결단식을 마치고 드디어 오는 16일 장도에 오른다.
이번 우리 선수단은 이미 현지에서 전지 훈련중인 육상·사격·양궁선수들을 포함, 2백85명에 이르고 관계 단체조사단·참관단 만도 2백53명이나 되는, 정부수립 후 최대 규모로 구성되어 있다.
그동안 강화 훈련비만도 46억 원이나 쓰고, 이번 파견비만도 8억5천만 원에 이를 만큼 예산도 많이 투입됐다.
이처럼 계획적인 훈련과 많은 인원을 파견하게 이른 것은 모두 국력신장의 결과라고는 하지만 국력에 비해 결코 작지 않은 규모와 예산이다. 4백억 달러의 외채를 짊어지고 있는 우리 실정에 비춰 분에 넘친 많은 인원을 보내는 것인 만큼 이 대회에 거는 기대 또한 여간 크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 기대가 이처럼 큰 것처럼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싸워야 할 것이고 임원들도 이번 대회를 거울삼아 많은 것을 보고 배워 88서울올림픽에 참고해야할 것이다.
올림픽은 참가에 뜻이 있다고 하나 메달 획득이 국력을 저울질하는 척도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많은 메달을 기대하는 국민의 심정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메달획득 실적을 보면 일제 때 손기정의 금메달을 제쳐놓으면 몬트리올 대회에서 비로소 금하나, 은하나, 동 넷을 따는 수확을 제외하고는 변변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의 목표가 금메달5∼7개쯤인 것 같다. 어마어마한 선수단에 비해 미미한 것이다. 더 따주었으면 하는 게 우리의 욕심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회에 임하는 선수단과 임원들의 결의가 만만치 않아야 할 것이고 그동안 땀으로 얼룩진 고된 훈련과 닦은 기량을 백분 발휘해줄 것을 당부한다.
이번 대회는 88서울올림픽의 시험장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외국선수단과 관광객을 맞는 준비태세와 각종행사, 시설과 경기운영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연구되고 시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앞서 서울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미숙한 경기운영이 말썽이 됐던 점을 감안해 이번 대회가 경기운영의 기술과 묘를 터득하는데 절호의 기회임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또 각 국의 선수단이 그동안 선수들을 어떻게 육성, 개발했는지도 아울러 연구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치밀한 계획을 마련하는데 타산지석을 삼아야함은 물론이다.
흔히 올림픽대회장은 최상의 민간외교 무대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선수단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외교관이나 마찬가지다.
선수 한사람의 언어와 행동자체가 모두에게 주시되고 매너의 세련 여부가 국가의 체면과 연결되는 만큼 이점을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현지 올림픽 유관사업, 시민들의 질서의식, 공해에 대비한 시책들도 남김없이 관찰해 훌륭한 서울올림픽이 되도록 보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올림픽규모에 걸맞는 성적을 다시 한번 기대하며 로스앤젤레스 하늘에 태극기가 높이 오를 것을 믿으며 선수들의 감투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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