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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구실 못하는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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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상반기중의 증권시장은 그동안의 경기회복 추세나 연초의 기대와 비교할 때 다소 실망적인 시황으로 끝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증시가 경기추세와 반드시 보조를 같이하는 경우가 드물었던 우리의 특수한 시장 여건을 생각하면 상반기의 실적이 곧 하반기의 부진을 의미하지는 않을 수 있다.
지난해의 증시는 사채발행을 기반으로 상대적인 활황을 보인 점이 두드러졌다. 그래서 작년 하반기 이후의 정기회복 추세를 고려해서 올해 증시의 주요 목표들이 다소 의욕적으로 책정된 점도 눈에 된다.
상반기까지의 자본조달 실적으로 볼 때 금액으로는 전년 동기대비 18% 가까이 늘어났지만 올해의 전체목표액 2조7천억원에 비하면 41%에 불과하다.
이 같은 실적은 주로 사채발행의 부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활발했던 기업사채의 발행은 큰 회사들이 거의 다 발행한도를 채움으로써 대규모 발행이 줄어들였고 금융긴축으로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이 위축된 결과로 짐작된다. 특히 그나마 한도있는 큰 회사들조차 회사채의 표면 이율이 연11%로 실세금리를 크게 밑돌아 투자자들이 사기를 꺼리고 주선 회사들도 취급을 기피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이런 사정들이 서로 얽혀 올 상반기 대기업 회사채 발행은 작년 같은 기간 보다 오히려 10%가까이 줄어들었다. 상반기 자본시장에 크게 영향 미친 또 하나의 요인은 제2금융권의 업무 다양화와 CD의 발행으로 보인다. 특히 CD의 발행은 기존의 금리체계와 이익율 균형을 깨뜨림으로써 금융기관과 제2금융권, 간접금융과 직접금융간의 업무영역과 자금분포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CD를 중심으로 한 금융기관간의 치열한 경쟁이 직접 금융시장에 타격을 주고 증시 활성화에 제동을 건 요인이 되기도 했다.
회사채의 부진과 금융기관간의 과열경쟁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증시 여건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다만 한가지 기대는 하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우량기업의 대량 공개에 걸 수 있다. 공개가 예상되는 우량기업의 수는 지난 79년 이후 최대 규모이고 공개 금액으로는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임에 비추어 하반기 증시는 이들 공개주식을 중심으로 새로운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도 공개 유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 기능의 실질적·안정적 회복을 위해 기업의 증자나 공개가 차입보다 유리하도록 제반 여건을 만들어주고 전환사채 무보증사채등 상품의 다양화와 발행조건의 완화를 계속 추진, 자본시장이 금융기관과 경쟁적으로 발전하도록 지원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량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더욱 확산되도록 유도한다면 하반기 증시는 의외로 회복이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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