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 은퇴 땐 … 현재 20년 재직자 232만원, 신규는 157만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황서종 인사혁신처 차장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을 설명하고 있다. 황 차장은 “ 아쉬운 부분은 남아 있으나 이해당사자가 참여해 합의를 이끌어낸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여야의 공무원연금 합의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한신대 배준호(경제학) 교수는 “10년짜리도 못 되는 개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문한 이유는 하루 100억원에 달하는 적자보전금 부담,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상실 등이었다. 고려대 로스쿨 박지순 교수는 “연금 개혁의 목적 어느 하나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하나마나 한 개혁”이라고 말했다. 이런 목적 달성을 위해 전문가들이 가장 중시한 개혁 잣대는 연금지급률 인하다. 지금은 연간 1.9%를 받는다. 만약 33년 근무하면 재직기간 평균소득의 62.7%(33X1.9%)를 받는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의 당초 개혁안은 이를 1.25%로 낮추는 것이었고, 수정안인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안은 1.65%였다. 그런데 이번에 1.7%로 내리되 2035년까지 20년에 걸쳐 서서히 내리게 돼 있다. 이 때문에 퇴직기간이 20년이 안 남은 기존 공무원들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1996년에 임용된 7급 공무원은 10년 더 근무할 경우 이번 개혁으로 첫 연금이 243만원에서 232만원으로 5%만 줄어든다. 새누리당 개혁안대로 하면 13%가 주는데, 이번 합의안 덕분에 5%만 줄게 된 것이다. 고려대 박 교수는 “이번 개혁으로 현재 40세 이상인 공무원들은 별 손해가 없다. 기존 공무원은 크게 잃을 게 없는데, 이게 무슨 개혁이냐”고 말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합의안에는 국민연금과 비슷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들어간 게 꽤 있다. 국민연금에 비해 불리하게 돼 있던 것을 국민연금에 맞춘 것이다. 연금을 받기 위한 보험료 납부 기간이 20년에서 10년으로 줄어든 것은 올 2월 초 인사혁신처가 정부기초제시안에 넣었다가 크게 비판을 받았던 것이다. 비(非) 공상 장해연금 신설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공무를 처리하다 장애가 발생할 때만 장해연금을 지급하는데 앞으로는 일상 생활 중 장애가 생겨도 공상 장해연금의 2분의 1을 지급한다. 합의안은 유족연금(사망자가 숨지면 가족이 받는 연금)을 국민연금처럼 60%로 낮췄다고 내세우지만 보험료 납부기간이 10~19년이면 국민연금은 50%인데 이 점은 무시했다. 이런 것들을 국민연금에 맞춘 이유는 두 연금의 통합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통합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재정 절감 목표도 후퇴했다. 이번 합의안이 시행되면 내년부터 70년 동안 333조원의 총 재정이 절감된다. 새누리당의 지난해 10월 안보다 24조원이 더 절감되지만 김용하 안보다는 82조원이 더 든다. 연간 1조원 이상 돈이 더 드는 개혁을 한 것이다. 적자보전금(하루 분)도 지금대로 가면 내년 100억원에서 59억원으로 줄어든다. 2022년이 되면 적자보전금이 107억원이 돼 100억원대로 되돌아간다. 국민연금공단 이용하 연금제도운영실장은 “이번 합의안에 재정절감 효과가 나는 것은 보험료가 올라간 탓이다. 연금 보험료 최대 납부기간을 33년에서 3년 늘림으로써 보험료 부담보다 연금 증가 이득이 훨씬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합의안대로 하면 공무원연금의 수익비(낸 돈 대비 받는 돈의 비율)가 현재 2.08배에서 1.48배로 떨어진다. 국민연금 1.5배와 비슷한 수준이다. 2016년 임용되는 신규 공무원은 국민연금보다 더 낮은 경우도 나온다. 내년 임용되는 7급 공무원이 30년 재직하면 1.48배, 5급 공무원은 1.42배가 된다. 하지만 1996년이나 2006년 임용된 기존 공무원은 9급(30년 재직)은 2.44배, 7급은 2.47배, 5급은 2.35배로 여전히 높다. 이번 개혁 역시 2009년처럼 신규 공무원에게 부담을 떠넘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다만 ▶기존 공무원 연금액 5년(2016~2020년) 동결 ▶분할연금 ▶소득재분배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수지 균형 측면에서 다소 미흡하지만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허진·노진호 기자 sssh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