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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문제 많은 공무원연금 합의안 이대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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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지난해 11월 새누리당 공무원연금 개혁안 발의 후 4개월 동안의 논의 끝에 개혁 합의안이 도출되었다. 공무원연금 이해당사자,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 관련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합의안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을 바라보는 관련 분야 전문가와 국민의 마음은 편치 않다. 개혁 내용은 미흡하면서 국민연금 지급률까지 손을 대서다.

 2009년 개혁 후 5년도 지나지 않아 공무원연금 개혁이 불가피했던 것은 과거 세 차례 개혁이 소위 말하는 무늬만 개혁이었기 때문이다. 2000년 개혁은 공무원연금 적자를 국가가 책임진다는 적자보전조항으로, 2009년은 전체 공무원의 50% 이상을 차지했던 10년 이상 재직자의 연금을 한 푼도 깎지 않아서다. 재정절감 효과가 큰 급여삭감보다는 보험료 인상을 통한 반짝 효과의 개혁을 했기 때문이다.

 의욕을 가지고 추진한 이번 개혁에도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급여삭감(10%)보다는 보험료 인상(28%)이 개혁의 골자라서 그렇다. 그것도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급여를 줄이다 보니 2009년 개혁의 칼날을 피했던 40대 중반 이상 장기 재직자는 이번에도 역시 고통 분담의 정도가 크지 않다. 연금 수급 연령도 늦춰진다고는 하지만 1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므로 장기 재직자는 잃는 것이 별로 없다. 이런 식의 개혁을 해도 괜찮은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먼저 일반 국민과 공무원을 헛갈리게 하는 분석지표부터 확실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연금 재정효과 분석 시 민간부문의 퇴직금 8.3%를 연금으로 환산하는 연금 지급률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어서다. 이번 개혁 논의에서는 퇴직금(8.3%)을 급여승률 0.65(33년 가입 시 21.45%, 40년 가입 26% 소득대체율에 해당)로 환산해 수리적인 효과를 분석했다. 통상 급여승률 0.375에서 0.5의 급여승률을 적용하는 민간에 비해 똑같은 8.3%를 공무원연금에서는 국민연금보다 적게는 30%, 많게는 73%를 더 후하게 쳐서 수지균형을 따지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제시한 급여지급률 1.50과 소위 김용하안의 1.65가 똑같이 수지균형이라고 불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부 기초제시안은 박하게, 김용하안은 후하게 지급률을 환산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공무원연금개혁 때마다 벌어지는 이러한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투명한 제도 비교가 가능한 구조개혁을 하자는 것이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의 출발점이었다.

 내년부터 일시에 지급률을 1.7%로 낮추고, 이미 발생한 524조원의 미적립 부채를 정부가 모두 부담한다는 전제하에서, 개혁 이후 후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 27%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일시에 급여를 삭감하지 않고 20년에 걸쳐 삭감하다 보니 수지균형을 맞추기 위한 보험료가 27%보다 더 높을 터인데 개혁 이후에도 보험료는 18%만을 부담하니 최소 10%포인트 정도의 적자가 매년 쌓이게 된다.

 급여승률 1.79 수준의 독일 연방 공무원연금은 2007년 임용자부터 완전 적립방식으로 35%의 보험료를 부담한다. 반면에 급여승률 1.7에 퇴직수당(39%)을 급여승률로 환산한 0.25%를 합하면 개혁 후 우리나라 공무원연금 급여승률은 1.95%가 된다. 독일처럼 운영한다면 38%를 부담해야 한다. 이미 발생한 524조원의 미적립 부채를 국가가 모두 책임지면서도 말이다. 일본 공무원연금은 현재 1.57의 급여승률을 지급하나 향후 1.05∼1.28로 삭감하면서 보험료는 18.3%까지 인상한다. 급여승률의 절반가량 차지하는 기초연금 재원 50%를 세금으로 조달하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국제비교는 우리 공무원연금의 재정 불안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려주는 객관적인 지표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직후인 2000년 세계은행은 당시 급여승률 1.5(현재 1.16)였던 국민연금에 공무원연금 급여승률을 맞추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부터 20년이 지난 2035년에도 공무원연금 지급승률은 1.7이다. 이러한 개혁을 성공적인 개혁이라 할 수 있겠는가.

 공무원연금 개혁은 제대로 못하고 국민연금의 근심거리를 키웠다는 점도 문제다. 2003년 10월부터 2007년 7월까지 4년에 걸쳐 힘들게 합의한 국민연금 개혁 내용을 엉뚱하게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하는 실무기구가 전격적으로 바꿔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10%포인트 올림에 따라 발생할 소요재원 마련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었다. 소득대체율 10%를 올리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지금보다 최소한 6%포인트 인상해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의 67%에 달하는 큰 폭의 인상인지라 국민의 수용 가능성과 재정안정 측면에서 심각한 논란이 예상되는 문제를 너무도 쉽게 결정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합의안은 재정안정 달성 측면, 신구 공무원 간의 형평성 측면에서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이 부분에 대한 고려가 없을 경우 재정적·정치적 지속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이는 합의안의 문제되는 부분에 대해 차근차근 되짚어본 뒤 입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