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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받을 땐 칼 같이, 줄 땐 미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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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보험사들이 고객에게 약속한 지급기한을 넘겨 ‘늑장 지급’한 보험금이 지난 5년간 1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이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에게 제출한 ‘생명보험사 보험금 청구 및 지급현황’자료에 나오는 통계수치다.

 자료에 따르면 25개 생명보험사와 14개 손해보험사가 2010년부터 5년간 보험가입자로부터 보험금 지급 신청을 받은 뒤 지급시한인 10일을 넘겨 준 돈은 총 1조4623억원이었다. 생보사가 1조3151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손보사는 1471억원이었다. ‘보험금 지급 업무에 관한 모범규준’은 보험금과 관련한 조사가 없을 경우 보험금 신청일로부터 3일 이내, 조사가 진행될 경우 10일 이내에 주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이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준 보험금 17조4121억원 중 10일 이상 지연돼 지급된 금액은 2912억원으로 전체의 1.7%였다. 생보사의 10일 이상 지연 지급률이 2.6%로 손보사(0.5%)보다 5배 이상 높았다. 업체별로는 KB생명의 10일 이상 지연 지급률이 6.4%로 가장 높았고 하나생명(5.4%), 흥국생명(4.8%)이 뒤를 이었다.

지연지급률이 가장 낮은 업체는 카디프생명(현 BNP파리바카디프생명)으로 0.8%였고, 한화생명·PCA생명·DGB생명·신한생명도 1%대로 준수했다. 손보사 중에서는 농협손보가 8.3%로 가장 높았고, AIG손보도 6.3%에 달했다. 메리츠화재·더케이손보·현대해상은 지연지급률이 0.1%로 늑장 지급이 가장 적은 손보사들로 조사됐다.

 신 의원측은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과정에서 고객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민원을 유발하는 사례도 많았다고 밝혔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기한 이후에 주려면 보험금 지급지연 사유 등을 고객에게 직접 설명하거나 전화로 설명해야 한다. 또 조사가 없는 사안은 3일째에, 조사가 진행될 경우 8일째에 ‘보험금 지급지연 안내장’을 송부해야 한다.

 신 의원은 “보험가입자가 보험료를 2개월만 연체하면 계약해지 처리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는 보험사들이 정작 자신들이 지급해야 할 보험금은 별 다른 조치 없이 늑장 지급하고 있다”며 “보험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으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간을 허비하고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 만큼 금융당국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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