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화 한일회담(256)일본의 교섭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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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일기본조약의 가조인은 한일현안의 조기타결목표에 하나의 돌파구를 열었다.
「무시바」 차석대표는 『그것은 14년간에 걸친 한일교섭에서 처음으로 합의를 본획기적인 것이었다』 고 후일 감격스럽게 그날의가조인의의를 회상했다.
그러나 그것은 앞으로 넘어야할 첩첩산중의 태산준령 하나를 겨우 넘은데 지나지 않기도했다.
『정말 어려운 교섭이 시작된 것은 이때부터 였다』 고 지적한 「우시바」 차석대표의 회고는 적절한 표현이다.
나와 우리 대표단은 기본조약가조인이라는 험난한 일을 끝내고도 숨돌릴 여유도없이 동경으로 귀임해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우리격언대로 교섭진척을 위해 맹진했다.
나는 2월24일일 양국 수석대표회담에서 앞으로의 회담방향을 협의했다.
일측은 『기본조약도 가조인되었으니 앞으로는 어디에 중점을 두고 회담을 진행하는 것이 좋겠는가』고 내의견을 타진했다.
나는 『우선 법적 지위와 어업문제에 중점을 두고 토의하는 것이 좋겠다』 고 말하고 『특히 법적 지위문제에 관한 토의는 이미 상당히 진척됐으므로 가능하면 3월중순께 가조인하고 3월말에는 기본조약과 법적 지위에관한 협정에 정식 조인했으면 싶다』 고 의욕을 보였다.
나는 또 『어업문제에 관해서는 3월말까지 그 대강에 합의하고 필요하다면 가조인하는 것이 좋겠으며 농상회담이 끝나는 대로 청구권 문화재및 선박관계소위를 열어 토의를 추진토록 하자』고 제의했다.
일측도 이에 동의하면서 『다만 정식조인을 할 경우 야당측으로부터 일괄타결방침에 반한다는 이유로 반대가 예상되니 정식조인시에는 주한일본대사관개설준비사무소라도 설치할수 있어야할것』이라고 요망했다.
이날 양측의 협의로 미루어보면 기본조약 가조인이 양측에 미친 심리적영향이 짐작될만하다.
그러나 이같은 나의 과잉의욕은 일본인들의 약아빠진 교섭전술로 인해 얼마가지 않아 깨어지기 시작했다.
「시이나」외상은 2월24일과 25일 이틀간의 중의원 외무 예산위에서 『한국정부의 관할권은 38도선이남에 국한한다』 『말썽많은 평화선이 폐지되어야 한다는 잔제하에 일본이 어업회담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한국측이 이해하는 것으로 믿는다』 고 답변해 우리 정부가야당으로부터 평화선을 팔아먹었다는 호된 공격을 받게 만들였다.
나는 이런 분위기로 치달린다면 회담의 전도가 지극히 암담할 것으로 판단하고 특히 평화선과 관련해 국민을 납득시킬 묘안을 찾기에 고심하는 한편 「사또」 수상등 일본요인들을 상대로한 막후절충에 한층 전력했다.
나는 25일 『한일회담의 조기타결을 강력히 희망한다』 는 정일권총리의 친서를 「사또」 수상에게 전달하는 자리에서 『일본이 어업문제와 법적 지위문제에 대한 우리측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해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조기타결이 가능할것』이라고 강력히 역설하고『각하와 대신들이 한일회담전면타결전에 가조인된 기본조약이나 그밖의 쟁점에 대해 자의적인 해석을 공표하는 행위는 현안타결에 도움이 되지않으므로 자제해주기를 바란다』 고 촉구했다.
「사또」 수상은 나의 말을 충분히 이해하나 야당측의 호된공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없이 그럴 수밖에 없는 그들의입장을 이해해달라고 오히려 부탁하는것이었다.
동병상련의 상반된 입장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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