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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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먼지가 풀풀 나는 비포장 도로를 한시간넘게 달려서 양산에 도착했다.
「양산군 ××보건진료소」-.
이곳이 우리가 찾아온 친구의 직장이며 그의꿈을 키워나가는 작은 마을이다.
자욱한 먼지를 털며 보건소 문을 들어서니 반색을 하고 맞아주는 친구의 손이 따사롭다.
손꼽히는 일류학교를 나와 큰 병원의 간호과장으로 있던 그의 꿈은 늘 무의촌에 가서 인술을 펴보겠다는 것이었다.
깨끗한 진찰실을 돌아보며 우린 그간 쌓인 이야기에 정신이 없었다.
남편의 픽업을 타고 먼 산꼴짜기까지 난산인 임산부의 뒷바라지를 하며, 불쌍한 심장병 환자를 팔방으로 뛰어다니며 무료수술시킨 일등 친구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뒷문을 열고 내다보니 개울물 소리, 산새 우는 소리가 정겹다.
옆집에 사는 철이 엄마가 싱싱한 상치와 감자를 한소쿠리 가져왔다.
『선생님, 갑자가 제법 굵어졌녜요』 하며 건네주는 소박한 시골의 인심에서 풋풋한정을 맛볼수 있었다.
『저기 저 터가보건소를 더 크게 지을 터란다.』
친구는 널찍한 들판을 가리켰다.
이곳의 유지가 기증한 터란다.
한섬의 땅갖고 다름질하는 도시의 인심에 비길 바가 아니다.
김칫거리나 마늘은 사먹지 않아도 늘가져다주는것으로 충족하다고 한다.
1백평이 넘는 넓은터에 깨끗하고 시설 좋은 보건진료소가 이뤄질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그의 모습에서 성실한 인생을 배운다.<부산시부산진구초읍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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