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교육감 재·보선 비용 10년간 879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0년간 국회의원과 교육감 재·보궐 선거에 879억원의 국고가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 1명을 다시 뽑는 데 10억원 넘는 세금이 들어간 셈이다.

2일 중앙SUNDAY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재·보궐선거비용 관리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5년 이후 치러진 13번의 국회의원 재·보선과 1번의 교육감 재선거에서 선거관리비용과 후보들에게 지급하는 선거보전금 등에 총 878억6186만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이는 2012년 19대 총선의 전체 선거비용 903억 원에 육박하는 액수다. 국회의원 재·보선의 경우 투·개표 관리비와 인건비, 투표 참여 홍보비 등으로 535억원이 사용됐고, 공직선거법에 따라 후보의 선거운동자금을 보전해 주는 데 170억 원을 지급했다. 64명의 국회의원을 새로 뽑는데 총 705억원이 소요돼 의원 1인당 약 11억원의 비용이 쓰여진 것이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4·29 재·보선에서도 임기 1년짜리 국회의원을 뽑는데 선거보전금 11억4600만원을 포함해 48억1000만원의 국고가 들어간 것으로 추산됐다.

선거구가 넓은 교육감 선거의 경우 선거비용 낭비는 더 심각하다.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아 치러진 2012년 서울교육감 재선거에선 173억1500만 원이 선거비용으로 나갔다. 하지만, 정작 재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곽 전 교육감은 선거보전금 35억2444만원을 아직까지 반납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조희연 현 서울교육감마저 지난해 6ㆍ4 지방선거 때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지난달 23일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 받아 또다시 재선거를 치러야 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른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당선인이 사퇴하거나 선거 비리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아 재·보선이 치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도 문제다. 최근 10년간 치러진 65곳의 국회의원·교육감 재·보선 중 당선무효로 선거를 새로 치른 곳이 30곳으로 가장 많았고, 퇴직(18곳), 피선거권 상실(8곳)이 뒤를 이었다.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후보자들에게는 즉각 선거보전금을 반환토록 하는 식으로 책임을 묻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가 보전금을 강제로 징수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선거보전금 반환 제도가 생긴 2004년 이후 지금까지 반환되지 않은 교육감·국회의원의 선거보전금은 모두 15명, 129억6400만원에 달한다. 최관용 중앙선관위 언론팀장은 “30일 이내에 선거보전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세무당국이 징수에 나서지만, 후보자들이 재산을 차명으로 전환하거나 은닉할 경우 압류할 방도가 없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국회에 선거범죄로 기소된 후보자에 대해 선거비 보전을 미루고, 선거보전금을 반환하지 않은 후보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등으로 공직선거법을 개정해달라고 의견을 냈지만 아직까지 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재·보선 무용론’이 확산되자 정치권도 제도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재·보선을 너무 자주 치르다 보니 몇 석 되지 않는 선거에 여야 모두 힘을 빼고 있다”며 “1년에 두 차례 치르는 재·보선 횟수를 축소하는 등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정개특위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gn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